[이종찬 부총재 '국정원 문건반출 파문'] 어떤 문건 반출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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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가 1일 국가정보원 문건의 반출을 공식 시인했다. "통일과 남북문제에 관심이 있어 양해를 얻어서 (문건을)갖고 나왔다" 고 얘기했다. 그의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최고의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국정원장을 지낸 그가 퇴임시 문건을 갖고 나왔다면 이 역시 국가기밀 문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건을 임의로 반출했다가 어떤 경로로 유출됐다면 실정법(국정원 직원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이에 대해 李부총재는 파장이 일자 "국회 정보위에 보고된 문건에 한해 참고하려고 갖고 나왔다" 며 극비문건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정치관련 문건은 하나도 없다" 고 했다.

하지만 李부총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문건 중 일부가 李부총재 사무실을 경유해 한나라당에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실제로 10여건의 문건을 이도준 기자로부터 건네받았고, 여기에 정치관련 문건이 포함돼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 경우 李부총재만이 아니라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가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여권 일각에선 국정원이 최근 자체 점검 결과 상당수의 정치관련 문건이 반출된 것을 확인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중엔 '송파갑, 인천 계양-강화갑 재선거관련 문건' '안양 시장 및 광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대책 문건' 등 정치관련 문건도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설(說)로만 나돌 뿐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또 "국정원이 작성한 '언론대책' 관련 책자도 있다" 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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