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환희 끝, 고민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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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환희의 순간은 짧고 그 환희를 준비하기 위한 고통의 시간은 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5분' 이라는 짧은 시간을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시간으로 비유한다. 그 15분의 짜릿함이 지나가면 다음 시즌을 위한 고뇌속으로 빠져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29일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한 한화의 '고민' 이 시작됐다. 10억원에 이르는 우승 배당금과 보너스, 김승연 구단주와 선수단 전원이 백혈병 투병중인 유승안 코치의 부인을 문병하며 일체감으로 흐뭇했던 감동, 그 기억을 뒤로하고 이제 내년 시즌을 위한 정비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정비작업은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난로가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생긴 말이 '스토브리그' 다.

한화의 스토브리그 최대 과제는 정민철(27)과 송진우(33)의 움직임이다. 정민철은 해외진출 자격을 갖췄고 송진우는 해외진출 자격에다 자유계약선수 자격까지 있다.

정민철은 이미 이남헌 사장의 확답까지 받아냈다. 진로는 미국.일본 가운데 본인이 원하는 구단이다. 정민철은 일본보다 미국을 원한다. 이제부터 교섭이 들어오는 구단과 접촉할 생각이다.

송진우는 해외진출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현대.삼성.LG가 좌완 선발로 3~4년은 충분한 송을 그냥 놔둘리 없다.

한화는 송을 묶어두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유계약선수에 대한 요건을 강화했고, 송에게 은퇴 후 코치직 보장 등을 내세워 잔류를 권하고 있다.

그러나 송은 "선수생활에서 한번밖에 없는 기회다. 연봉을 최대한 올려받을 수 있는 팀에 가는 게 인지상정이 아니냐" 는 입장이다. 언제든지 팀을 떠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민철과 송진우가 둘 다 떠난다면 한화의 투수력은 올해의 50%로 떨어진다. 송진우를 잡아도 그 손실은 크다. 이희수 감독의 고민은 이제부터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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