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재산세 소급감면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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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와 경기도가 재산 세 소급 감면 조례안을 통과시킨 양천구.구리시 등 기초자치단체들을 상대로 재의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성남시가 재의 요구를 거부하고 재산세 환급 절차에 들어갔다.

이대엽 성남시장은 30일 "재산세가 한꺼번에 크게 오르면서 조세 저항 움직임이 보여 민선시장으로서 시장직을 걸고 재의 요구를 거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자체장이 아예 재의 요구 지시를 거부할 경우에는 별도 제재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지난 6월말로 부과된 재산세에 불만이 많은 기초자치단체 주민들이 집단 반발할 경우 성남시 처럼 의회에서 감면 조례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단체장이 재의 요구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소급 감면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성남시는 이날 조례를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 재산세 소급 감면 조례안=지방자치법 159조는 '행정자치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됨에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제소를 지시하거나 직접 제소 및 집행 정지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법상 기초자치단체 의회에서 조례를 재의결할 경우에만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성남시처럼 기초자치단체장이 재의 요구 자체를 거부하고 시행에 들어가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행자부는 지난 24일 '조례안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침해한다고 판단돼 지자체장에게 재의를 지시했는데도 지자체장이 불응할 경우 대법원에 직접 제소하고 동시에 집행정지 결정을 신청해 대법원에서 판결이 날 때까지 조례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성남시가 재산세 환급 작업에 착수했더라도 주민들이 실제 환급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관련 전산 프로그램 개발과 환급액 계산 작업에 3~4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 재의를 받아들인 지자체=재의를 받아들인 양천구.구리시 등은 의회에서 감면안을 재의결하더라도 서울시와 경기도가 조례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경우에 따라선 환급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조례 무효 소송에서 서울시.경기도가 질 경우 소급 감면이 최종 확정되지만 이길 경우엔 소급 감면은 무효가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소급 입법은 불가능한데다 '과세'라는 행정행위가 이뤄진 뒤 세율을 조정하는 것은 조세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사실상 재산세 소급 감면을 막을 방침임을 밝혔다. 결국 이들 기초단체가 재산세 소급 감면을 할 수 있을지는 6개월~1년 뒤 대법원에서 판가름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고승덕 변호사는 "납세 의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소급 적용은 헌법상 재산권 침해로 불가능하나 이득을 주는 행위는 경과 규정 변경 등으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립대 지방세연구소 유태현 박사는 "소급 감면을 막지 않을 경우 조세 정책이 뿌리째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찬민.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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