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동포 취재 나선 김진혁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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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패기에 찬 젊은 프리랜서 PD가 2개월 예정으로 다음달 3일 남미로 떠난다.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2000년대를 맞아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인의 조건을 탐색하러 간다.

지난해 4월 SBS를 그만두고 '홀로서기' 를 선언한 김진혁 PD(35)가 주인공. "젊으니까 모험을 주저하지 않는다" 고 말한다.

그의 목적은 지구 반대편 남미에 살고 있는 한국인 이민 1세대를 취재하는 것. 물론 여행 도중 마주치게 될 남미의 웅대한 자연과 현지인의 삶도 빼놓지 않는다.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 좁은 데서 아웅다웅 힘들게 살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장 먼 곳에 정착한 이민 1세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해요. "

김PD는 브라질의 아마존 발원지에서 시작해 파라과이를 거쳐 아르헨티나의 남쪽 끝까지 샅샅이 순례할 계획. 현지의 생생한 분위기를 잡기 위해 교통수단도 거의 버스를 이용할 생각이다.

"왜 그토록 먼 곳으로 가냐구요? 멀리 떠난 만큼 그 곳 사람들의 사연도 절절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죠. " 그는 현지 교포 신문사의 도움으로 만날 사람을 대강 추려 놓았다.

아마존 오지에서 식인종족의 계몽에 헌신하는 김성철 목사 가족, 6.25 전쟁 당시 반공포로 신분으로 브라질에 정착해 교육사업에 전념하는 백영훈씨,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파라과이로 건너가 최초로 한국인 은행장이 된 정성렬씨, 80년대 학생운동의 최전선에 섰다가 아르헨티나에서 옷가게로 성공한 박금옥.김현경 부부 등. 태평양 저 건너편에서도 우리의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기회다.

"그렇다고 무거운 프로는 아닙니다. 세금.소득.직업 등 남미로 이주하거나 혹은 남미에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도 많이 수집할 생각입니다. 나라간 교류확대는 어차피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아닙니까. " 자신감 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학부에서 토목공학을 공부하다 대학원에선 사회학을 전공하고 또 올해엔 사진디자인을 배우려고 다시 미술대학원에 입학한 '전력' 도 특이하다. 디지털 카메라와 노트북 컴퓨터로 무장한 그의 취재 결과는 내년 초 SBS '출발 모닝 와이드' 에서 33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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