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손발'…에덴원 청소년 봉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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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할아버지.할머니 안녕하세요. "

"응, 너네들 왔구나. 날씨가 차지. "

날이 채 밝지도 않은 오전 6시께. 이때부터 경북 청도군 화양읍 '에덴원' 에서 생활하는 치매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오른다.

매일 아침마다 손자 같은 학생들이 등교전에 들러 아침식사를 도와주기 때문.

에덴원은 무료 치매전문요양시설. 저소득층.생활보호대상 할아버지.할머니 7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모계고교 학생들을 비롯, 인근의 많은 중.고생들이 지난 1월 에덴원 청소년 자원봉사단을 만들어 스스로 이들의 손자.손녀가 됐다. 학생들은 주말마다 식사 보조.청소.말 벗.산책 돕기 등 봉사활동을 벌인다.

특히 모계고교 학생 10여명은 아침마다 학교 등교전인 오전 6시30분부터 식사시간 1시간 동안 할아버지.할머니들에게 밥.반찬을 먹여주고 양치질도 도와준다.

에덴원 총무 이종운(李鍾云.32)씨는 "아침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오지 않을때고 직원들도 부족해 식사가 큰 문제인데 학생들이 무척 고맙다" 고 말했다.

요양중인 노인들 중 절반 정도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 치매환자들로 혼자서는 식사를 못한다.

학생들의 자원봉사는 모계고 도용우(都勇雨.18.3년).용진(勇進.17.2년)군 형제가 지난해 5월말 자원봉사할 곳을 찾아 우연히 들른 게 시작이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다른 학생들을 모집했다.

인근 이서여중.고, 청도여중.고 등의 학생들도 합류해 지난 1월 회원 1백40여명의 자원봉사단을 발족했다.

자원봉사단 회장인 용진군은 "처음에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소리를 지르고 달려들기도 해 겁도 났다" 며 "이제는 웃으면서 대한다" 고 말했다.

이들의 봉사 시간은 교육부에서 권장하는 1년 20시간을 훨씬 초과, 1인당 몇 백시간 씩에 이른다.

모계고 김인영(金寅永.18.3년)군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봉사 시간은 모두 7백69시간. 하루 2시간이 넘는다.

모계고 석철욱(石哲旭.18.3년)군은 "하루라도 가지 못하면 걱정이 되고 할아버지.할머니들도 섭섭해 한다" 고 말했다.

봉사활동이 알려지면서 봉사상 수상도 잇따랐다.

도용우군이 지난 5월 교육부장관 봉사상을 수상했고 金군과 石군은 22일 대구보건대 인당(仁堂.학장 호)봉사상 대상, 사회봉사부문 봉사상을 각각 받았다.

모계고 동아리활동을 지도하는 이승윤(李承允.49)교사는 "이들은 내신성적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치매 노인들을 친 할아버지.할머니처럼 돌본다" 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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