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이 무료양로원 운영…의부부 한전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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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해 8월 수해 때 집이 떠내려가는 피해를 입은 한 수재민이 무료양로원을 차려 화제다.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3동 578 안골천변에 12평 크기의 컨테이너 주택에서 세식구와 사는 한전기(韓全基.53)씨.

그는 수해로 30평짜리 집과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고 임시대피소에서 5개월동안 고생한 경험이 있다.

"대피소 생활중 오갈 곳 없는 노인들을 보며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자' 고 다짐했습니다. "

韓씨는 지난해 11월 컨테이너 주택으로 이주해 한숨을 돌리자마자 양로원 짓기에 나섰다.

수해로 허물어져 북한산 기슭에 방치돼 있던 24평 짜리 빈집을 찾아냈다. 집주인을 설득해 5백만원을 지원받고 농협에서 8백만원의 빚까지 얻어 지난 1월부터 5개월동안 무료양로원인 '실로암 천사의 쉼터' 를 지었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목수인 韓씨와 이종사촌동생, 아들이 직접 지붕을 보수하고 하수도 배관공사도 했다.

지난 6월초 양로원 문을 연 韓씨는 현재 의지할 곳 없는 60~80대 노인 4명을 돌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컨테이너 주택 옆에 지난 6월부터 6평 짜리 순대국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리고 양로원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부인 이명월(李明月.57)씨와 아들 무성씨, 딸 선녀양이 식사와 노인수발을 맡고 인근 총신교회 자원봉사자들도 수시로 와 노인들의 손발이 돼주고 있다.

韓씨는 "남은 생을 이들에 대한 봉사로 보낼 각오" 라고 말했다. 0351-872-1456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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