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고려 '거사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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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까치는 울타리 가 꽃가지에서 울고

거미는 상머리에서 줄을 늘이누나

우리님 머지않아 오시려는지

마음이 먼저 사람에게 알리는구나

-고려 '거사련(居士戀)'

부역 나간 지아비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촌부가 까치 울음소리와 거미 줄치는 것을 보고 노래한 것이다. 누군가가 거기에 어울리는 악부(樂府)로 만들어 준 것인가. 때로 현대시의 복합체보다 이런 단순체가 더 가슴의 친구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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