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부끄러운 '투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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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삼성과 롯데의 플레이오프 7차전이 벌어진 20일 대구구장에서 관중들과 선수들간에 투석전을 방불케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6회초. 0 - 2로 뒤지던 롯데 호세가 추격에 불씨를 댕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렸고 더그아웃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려다 삼성팬이 던진 물병에 사타구니 부위를 맞았다.

이미 3루를 돌 때 물병세례를 받았던 호세는 흥분한 나머지 자신의 야구방망이를 집어 관중석을 향해 던졌고 관중 박태봉(46.대구시 북구 산격1동)씨가 손등을 다쳤다.

곧이어 관중석에서는 수십개의 물병이 롯데 더그아웃 쪽으로 날아들었다. 임채섭 심판은 경기를 잠시 중단시킨 뒤 호세의 퇴장을 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롯데 선수단이 흥분했다. 물병세례에 퇴장까지 당한 롯데 선수들은 짐을 싸들고 경기장을 떠나려다 팀 관계자들의 만류로 다시 돌아왔고 이 과정에서 1루측 관중들과 그물을 사이에 둔 '투병전' 까지 벌어져 경기가 23분 동안 중단됐다.

이번 삼성과 롯데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유난히 관중들의 '물병공격' 이 많았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조금이라도 불리해지면 이내 경기장으로 날아드는 물병과 오물은 한국 야구팬들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물병 등을 집어던지는 팬들의 난동을 막지 못한 삼성구단과 관중에게 방망이를 집어던진 롯데 호세에 대해 21일 오후 4시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연다.

대구〓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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