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교육현장] 1. 재정 갈수록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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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천시 계양구 갈산초등학교는 마치 이재민 수용소를 방불케 한다. 학교 건물과 운동장 사이에 2층짜리 컨테이너 박스가 줄지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93년 35학급(정원 1천3백여명)으로 문을 연 이 학교는 주변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6년 사이 학생수가 무려 2.4배(71학급.3천1백여명)로 늘어났다.

그런데도 근처에 학교가 세워지기는커녕 교실도 새로 짓지 못하다 보니 컨테이너 박스가 교실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 학교 崔의식(56)교감은 "2부제 수업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부터 컨테이너 박스 12개에 1학년 11학급과 3학년 1학급을 수용하고 있다" 며 "그런데도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45명으로 전국 평균을 초과하는 실정" 이라고 털어놓았다.

컨테이너 교실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李모(42.여)교사는 "정식 교실보다 위험한 데다 더위.추위가 더 심해 아이들이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 같다" 며 안타까워했다.

컨테이너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친구들이 뛰어다니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교실이 흔들려 무서울 때도 있다" 고 말했다. 이 컨테이너 교실은 재정난으로 갈수록 열악해지는 우리 교육환경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같은 계양구에 있는 안남초등학교(77개 학급.3천7백여명)도 학급당 학생수가 50명에 이르고 1학년 전체와 2학년 일부는 2부제 수업을 받는다.

2년생 黃모(8)양은 "교실에 사물함을 놓을 장소가 없어 준비물을 들고 다니는 데다 수업이 끝나면 2부제 학생을 위해 빨리 교실을 떠나야 한다" 고 불편함을 털어놓았다.

학교 시설이 열악한 것은 교육재정을 국민총생산(GNP)의 6%로 높이겠다던 정부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내년엔 올해(4.3%)보다 낮은 4.1%(21조8천여억원)로 떨어지는 등 교육재정이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재정난뿐이 아니다. 교원정년 단축 후속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교직사회가 흔들리고 있고, 수행평가 등 고교교육 개혁도 삐걱거려 2002학년도 대학입시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시된다.

현실에 근거한 치밀한 정책보다 탁상공론식.땜질식 처방 마련에 급급해온 교육정책이 백년대계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 16개 시.도 교육청은 1백51개 학교 신설을 교육부에 요구했지만 45곳에 대해서만 지원금을 타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전국 초등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수(35.4명)는 지난해보다 0.5명 늘었으며, 특히 인천(41.6).경기도(40.8).대구(40.3) 등은 더 늘어났다. 또 결함으로 보수.철거 등 조치가 필요한 97개 학교 건물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전국 2백72개 학교가 허용기준 이상의 도로.철도.항공기 소음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학교도 전국 1만1천여 학교의 28%인 3천1백여곳이나 된다.

오대영.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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