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줄이기엔 동의 … 대원외고, 그러나 자율고로는 안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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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원외고 최원호(59·사진) 교장은 “영어 듣기시험 폐지를 골자로 한 입시 개선안은 외국어고가 사교육의 주범으로 몰려 폐지론까지 나온 데 따른 긴급 대책”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여야의원 모두 외고를 비판하고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외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그냥 있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파트 환기가 안 된다고 창을 내는 대신 건물을 부수면 손실이 더 크다”며 “25년간 인재를 길러온 학교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영어 듣기시험을 폐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고가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여론이 부담됐다. 그래서 대원외고가 앞장서 사교육을 줄이는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재학생의 사교육 실태를 조사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는 것보다는 낫다.”

-외고가 영어시험을 안 치고 신입생을 뽑는 게 타당한가.

“기초적인 외국어 소질은 반드시 볼 것이다. 시험을 안 치르더라도 방법은 있다. 학교 생활기록부를 꼼꼼히 살펴 외국어 소질을 판단하고 입학사정관들이 장기 관찰을 할 수도 있다.”

-자율형 사립고로 바꾸면 뭐가 문제인가.

“ 외고는 통역관이 아닌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곳이다. 대원외고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세계 고교 중 13위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없애면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특히 학생선발권이 없으면 우수학생 대상 교육이 힘들어진다.”

-수월성 교육은 외고에서만 해야 한다는 주장인가.

“정부는 ▶학교선택권 확대 ▶수월성 교육 강화 ▶교육경쟁력 강화 ▶사교육 줄이기 4대 교육정책을 제시했다. 지금 상황은 넷째 공약을 이행하려고 앞의 세 가지 공약을 지키지 않는 셈이다. 외고가 없었다면 조기유학생 수요를 어떻게 막았겠는가. 과학고는 영재고라 키워야 한다면 외고도 인문사회과정의 수월성 교육을 위해 남겨둬야 한다. 자율형 사립고가 100개 이상 생기면 그 안에서 순위경쟁을 하느라 또 다른 사교육이 생길 것이다. 그때 가서 또 자율고를 없앨 것인가. 정책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고교별 수능성적을 보면 전국 상위 30위권이 모두 다 외고다. 선발 효과지 학교 효과가 아니라는 비판도 많다.

“외고는 외고끼리, 일반고는 일반고끼리 비교해야 학교의 교육력을 알 수 있다. 선발하는 집단이 일반고보다 성적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른 외고보다 교육력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입학사정관제를 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아닌가.

“올해부터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이 개발한 방식으로 과학고에서 사정관제를 도입한다. 이에 더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학들과 경기외고·하나고 등에서 노하우를 배워 선발 인원을 늘려 나가겠다.”

 글=이원진,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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