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기술 갈수록 첨단화] 디지털 휴대폰도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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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도.감청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의 도.감청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실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 디지털 휴대폰〓011.016.017.018.019 등 디지털 휴대폰은 모두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이라는 디지털통신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단지 서로 주파수가 다를 뿐이다.

휴대폰 개발 관련 P연구소의 한 박사는 "이론상으론 CDMA 방식의 전파를 해독.수신할 수 있는 도청기 개발이 가능하다" 며 "외국에선 이미 디지털 도청기가 개발됐다는 얘기가 있지만 국내 유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서울 세운상가의 한 도청기기 전문 상인은 "특정 휴대폰 번호를 입력, 표적 도청이 가능한 기기도 약 2백만원이면 살 수 있다" 고 말해 디지털 휴대폰도 도청이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 상인에 따르면 휴대폰 전문 도청기기도 돈만 있으면 세운상가.용산전자상가 등에서 손에 넣을 수 있어 심부름센터.전자상가에선 이미 휴대폰 도청이 상식화돼 있다는 것이다.

◇ 아날로그 휴대폰〓수원지법 형사2단독 조준연(趙俊衍)판사는 지난 15일 경마장 관계자 10여명의 아날로그 휴대폰을 엿듣고 녹음한 혐의로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黃모(40.건축현장소장.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씨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를 적용, 법정구속했다.

黃씨는 경마정보를 빼내기 위해 지난해 3월 13일부터 5월 1일께까지 'IC-R1' 이라는 도청장비를 이용, 과천경마장 조교사 郭모(38.경기도 안양시)씨 등 조교사와 기수들의 휴대폰 통화내용을 도청, 녹음해 온 혐의다.

黃씨가 도청한 방식은 기계로 주파수를 맞춰 인근에서 이뤄지는 011 아날로그 휴대폰 통화를 모두 듣다가 자신에게 필요한 통화(이 경우 경마 정보)를 골라 녹음하는 것이다. 그는 14년 동안 군(軍) 정보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익힌 도청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 도청 방식〓17일 오후 3시30분 경기도 의정부시 가릉동 한 가정집. 집주인 李모(48)씨가 세로 14.8㎝.가로 6㎝ 크기의 미제 '블라우펑트' 휴대폰을 작동하자 휴대폰으로 통화 중인 여성 2명의 전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 날씨가 흐린데 뭐하고 지내냐' 는 등 20대 친구들의 안부전화로 보였다. 李씨는 이 핸드폰을 지난 96년 세운상가에서 25만원에 구입했다. 휴대폰도 가능하며 남의 휴대폰도 도청할 수 있다는 말에 샀다.

그는 "이 휴대폰을 가지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인접지역에서 이뤄지는 휴대폰 1천여개의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다" 고 밝혔다.

각 통화는 일정한 번호로 모니터에 나타나며 이 번호를 맞추면 해당 전화를 엿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번호 입력하기〓휴대폰에는 고유 번호가 있다. 이 번호를 그대로 복사하면 똑같은 번호의 휴대폰을 또하나 만들 수 있다. 이 방법으로 도청기에 도청하고자 하는 휴대폰의 고유번호를 입력해 놓으면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다. 물론 하나의 번호로 휴대폰을 두대 쓰면 동시에 두대가 통화할 수는 없다. 벨이 울리면 먼저 휴대폰을 받는 사람만 통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도청기는 특정 번호에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을 감지, 통화하는 두 사람의 전파를 수신할 수 있도록만 만들어져 엿들을 수 있는 것이다. 휴대폰의 고유 번호는 허공 중의 전파가 자신의 휴대폰을 찾아 통화가 연결되도록 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휴대폰 전화번호와는 다르며 휴대폰 배터리를 떼어내고 보면 긴 숫자열이 바로 그 번호다.

▶햄을 통한 도청〓경기도 의정부시의 아마추어무선통신사(햄) 金모(51)씨는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사용하는 무전기로 인접지역의 아날로그 휴대폰 통화를 들을 수 있다" 는 새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햄들은 주파수를 고정해 놓고 아마추어 무선사들끼리만 통신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며 "그러나 이를 어기고 개인적으로 고정돼 있는 주파수를 풀면 휴대폰 도청이 가능하다" 고 설명했다.

이 무전기로는 UHF 방식으로 7백㎒대에 맞추면 아날로그 방식의 통화 도청만 가능하다. 경찰 무선통신 도청도 된다.

박방주.전익진.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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