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대우 핵심계열사 워크아웃 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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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우 사태로 인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다시 재편의 기로에 섰다.

대우자동차가 좌초 위기에 처하면서 대우에 넘어간 쌍용차의 처지도 난감해 졌고, 삼성차 문제는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진행 중인 미 제너럴모터스(GM)사의 대우차 인수 여부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국내 시장은 국내외 업체간 완전 자율경쟁 시대를 맞기 때문이다.

가격 등에 대한 견해차가 커 아직은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GM도 동남아 진출 교두보로 대우가 필요한 터라 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GM과의 협상이 무산되면 대우는 주채권은행인 산은 출자로 정부가 사실상 경영권을 인수, 정상화를 도모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골칫거리는 삼성차다.

역(逆)빅딜설 등 소문만 난무하는 가운데 정부.채권단이 오는 25일부터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삼성차 공장을 재가동키로 했다.

명분이야 어쨌든 부산지역 민심을 다독거리기 위한 정치적인 고려임에 틀림없다. 이 조치로 몇 달은 버틸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후엔 어떡하겠느냐는 것이다.

내년 2월이면 총선이 임박한 시점이라 다시 '정치적 고려' 에 따른 파행적인 조치가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해 여간 걱정이 아니다.

한편 이번 주에는 대우 전자.중공업 등 핵심 계열사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방안이 구체화되고, 이 과정에서 정부-채권단-대우간 막판 협상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다.

또 김우중(金宇中)회장의 거취 문제도 자연스레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뉴라운드 협상이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때 정부와 정치권이 정쟁(政爭)에 정신이 팔려있는 바람에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대폭 양보를 강요당해야 했다.

불행히도 지금 상황 역시 그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미 늦은 감도 없진 않지만, 체계적인 정부 대응과 국민에게 실상을 알려 대비케 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전경련 차기 회장 후보 선정 작업이 활발하다.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5대 그룹에서 재계 수장이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강하게 개진되면서 정몽구 현대회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룹간 미묘한 입장차가 남아 있어 활발한 막판 물밑 조율이 예상된다.

이번 주에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예산 국회가 시작된다.

선심 행정과 정책 왜곡이 난무하는 최근 상황에 비춰 볼 때, 예산 심의가 정치 논리에 따라 춤을 추게 되지 않을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미국.유럽의 주가 하락에 국내 증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이고, 5대 그룹에 대한 정부 압박의 다음 순서는 공정위의 '친족 분리 기업' 조사인 것 같다.

김왕기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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