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한국시리즈 티켓 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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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덩치 큰 곰이 한번씩 으르렁거릴 때마다 독수리는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를 곧추세우고 곰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그 날쌘 몸놀림과 용맹함에 곰은 균형을 잃고 기우뚱거리다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독수리 군단' 한화가 두산을 4승 무패 KO승으로 따돌리고 92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한화는 14일 대전구장에서 계속된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로마이어.백재호.강석천의 홈런 세발을 앞세워 두산을 6-4로 제압, 내리 4연승을 거두고 대망의 한국시리즈 패권을 노리게 됐다.

이날도 초반 한화가 도망가고 중반 두산이 쫓아간 뒤 막판 한화가 리드를 지켜내는, 이번 플레이오프의 방정식이 되풀이됐다. 한화는 1회말 두산 선발 이광우의 난조를 틈타 연속 볼넷과 로마이어의 3점홈런으로 기선을 잡았다.

이번 시리즈 들어 네번 모두 한화가 선취점을 얻는 순간이었다. 막판에 몰린 두산은 3회초 우즈의 동점홈런과 4회초 캐세레스의 적시 2루타로 4-3, 한때의 리드를 잡았으나 곧바로 동점과 역전을 허용했다.

한화는 4회말 2사후 백재호의 동점홈런과 강석천의 역전 2점홈런이 터지면서 6-4로 전세를 뒤집어 두산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한화는 선발 정민철이 오른손 중지손톱 부상으로 3회에 마운드를 내려간 뒤 한용덕.이상열.이상군.송진우를 잇따라 투입하는 계투작전으로 두산의 추격을 막아냈다.

두산은 7회 2사 2루, 8회 2사 2, 3루에서 적시타가 터지지 않아 끝내 아쉬운 고배를 들었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88, 89, 91, 92년에 이어 다섯번째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한화는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한(恨)을 안고 있다.

한화가 정규시즌 막판 10연승의 기세를 올린 뒤 플레이오프에서도 4연승의 연승행진을 되풀이한 반면 두산은 구원왕 진필중에게 한번도 리드를 건네주지 못하는 초반 실점으로 플레이오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전〓이태일.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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