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라운드 협상과 국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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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 천년의 경제질서를 좌우할 세계무역기구(WTO)의 새 다자간무역협상(뉴라운드)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주요국간에 합의된 각료선언문 초안(草案)이 미국 등 농산물수출국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해 한국 등 대다수 수입국들이 볼때 균형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각료선언문은 내달말 미국 시애틀의 제3차 WTO각료회의에서 채택돼 뉴라운드협상의 기본지침이 될 예정이다.

대다수 WTO회원국들은 이를 거부하고, 초안 재작성을 위한 대사급 비공식협의를 재개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외교통상부와 농림부 등 우리 당국이 협상초안을 거부키로 공식입장을 정리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우리 입장에서 협상초안은 두가지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모든 농산물에 대한 추가적 관세감축 및 궁극적인 폐지와 농업분야에 대한 국내보조금 대폭 삭감 등을 통한 시장개방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점이 그 첫째다.

농업분야에 대해서는 점진적인 관세감축으로 서서히 개방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측의 입장이었고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도 관세삭감은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시행키로 돼있다.

그러나 이번 초안은 '대폭 삭감' 으로 개방의 가속화를 명시했다. 이는 WTO농업위원회의 논의사항을 균형있게 반영했다고는 볼 수 없으며 수입국들이 주장해온 식량안보와 환경보전, 취약한 농업경쟁력 등 특수성을 성의있게 고려했다는 흔적 또한 찾아볼 수가 없다.

둘째, 이번 초안은 미국 등이 한국에 대해 남용해온 반덤핑규제 제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반덤핑협정의 개정문제는 우리 정부가 뉴라운드 협상의 역점사항 중 하나로 추진해왔으나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반덤핑이란 용어조차 초안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뉴라운드는 다자간 규범을 확고하게 정립하고 새로운 통상이슈들에 대한 국제규범화를 통해 교역자유화를 확대해나가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정부는 개발도상국들은 물론이고 유럽연합과 일본 등과도 연대해 초안을 다시 마련하는 데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벌써부터 우리 농민들은 지난 93년말 우루과이라운드의 '실패한 협상' 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2004년까지로 예정된 쌀 관세화 유예조치를 더 이상 연장해줄 수 없고, 농업의 개도국 지위도 더 이상 인정해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뉴라운드 협상에 임하는 수출국들의 입장이다.

우리 입장에선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협상팀을 보강해 실무협상때부터 협상력을 집중시키고, 정부협상과는 별개로 농민단체.시민단체 등과 국내외 연대도 추진해 농산물수출국들의 공세를 차단할 필요도 있다.

그런 노력과 함께 농산물 시장개방은 어차피 피할 수 없다는 인식아래 장기적 농촌구조조정을 통한 농업개혁 또한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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