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세계사 어떻게 펼쳐질까…'근대 세계체제1~3''전후 세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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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격동의 천년을 보내며 근대와 현대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 천년을 새롭게 전망할 수 있는 네권의 책이 선보였다.

하나는 미국의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69.뉴욕주립대 교수)의 대작 '근대 세계체제 1~3권' (나종일.유재건.김인중 외 옮김, 까치.각 2만원), 다른 하나는 하마바야시 마사오(浜林正夫.74)등 일본학자 17인 공저의 '전후 세계사' (김인덕.정혜경 옮김, 역사교양사.1만4천원)가 바로 그것이다.

'근대 세계체제' 시리즈는 월러스틴에게 세계체제론의 창시자라는 타이틀을 안겨줬던 명저다. '자본주의적 농업과 16세기 유럽 세계경제의 기원' (74년작), '중상주의 유럽 세계경제의 공고화 1600~1750년' (80년작),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거대한 팽창 두번째 시대 1730~1840년' (89년작)등 부제를 단 세권의 저서에서 저자는 자본주의를 근대사회의 발전적 변화를 주도한 기폭제로 간주하며 특정시대의 국가.시장.사회구조를 포괄적으로 고찰하는 '세계체제' (월드 시스템)개념으로 발전과정을 규명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세계체제론의 전개를 위해 프랑스 페르낭 브로델의 아날학파적 역사이론에 시장경제론을 접목시킨 독특한 학설을 집대성함으로써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월러스틴이 2~3권에서 자본주의의 핵심권을 이루는 국가와 그 주변부 국가들의 관계를 심도있게 고찰, 종속이론적 시각을 과거사로 확장한 것도 빠뜨릴 수 없는 대목. 현재 집필 중인 4권(프랑스혁명기에서 1차세계대전 이전)에 대한 사회.역사학자들의 관심도 무척 높은 상태다.

앞의 책과는 대조적으로 전문가 집단에 의해 분담.집필된 '전후 세계사' 는 시각의 풍성함이 돋보인다.

미국.러시아.중국.일본은 물론 유럽.중동.인도.라틴아메리카.베트남.남북한에 이르기까지의 현대사 전환점 해부작업이 입체적이다.

특히 동구권의 붕괴와 지역분쟁에 이어진 세계경제의 동요 현장에 대한 저자들의 논점은 새 천년의 세계사를 미리 조망하는 역사적 좌표로서 손색이 없다.

두 차례 세계전쟁에 대한 비판적 관점은 전쟁만은 피해야 한다는 저자들의 공통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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