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국감] 與"감청장비 비공개" 단독 가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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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1일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능력과 해양경찰청이 보유한 감청(監聽)장비 공개 문제 등이 도마에 올랐다.

◇ 한국은행〓재정경제위의 한국은행 국감에서는 한은이 경제전망 수치를 자주 바꿔 경제정책에 혼란을 초래하고 막대한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3.2%, 4월 3.8%, 7월 6.8%, 10월 8.8%로 네차례 바꿨다. 국민회의 장재식 의원은 "한은의 거시경제전망 능력에 근본적인 회의가 생긴다" 고 지적했고, 정세균(丁世均)의원도 "한은의 경제전망치는 철따라 갈아입는 계절옷" 이라고 꼬집었다.

한이헌(韓利憲.무소속)의원은 한은이 경제전망치를 수정하면서도 한번도 통화신용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은 점을 들어 "어떤 전망치가 적정성장률이냐" 고 캐물었다. 얼굴이 붉어진 전철환(全哲煥)한은 총재는 "경제여건의 변화가 심했다" 는 상황논리를 댔다.

◇ 한국전력〓산업자원위 국감이 열린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정문 앞에선 오전 10시부터 영광.고창지역 주민 5백여명이 상경해 경찰과 대치한 채 온종일 원전 건설 반대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지난 95년 영광 핵발전소 가동 이후 아무 대책없이 쏟아낸 온배수로 어장이 황폐화했다" 며 "한전측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영광 3, 4호기 가동은 즉각 중지돼야 하며 5, 6호기 건설도 취소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한전은 영광 앞바다에 대한 광역 해양조사를 실시해 온배수 피해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라" 고 촉구했다.

◇ 해양경찰청〓농림해양수산위는 해경이 보유하고 있는 감청장비의 공개 문제를 놓고 여야간 격론이 벌어져 두차례 정회 소동을 빚었다.

논란은 한나라당 이우재(李佑宰).윤한도(尹漢道)의원 등이 "해경이 97년까지는 전화감청을 하지 않다가 98년 8건, 올 8월 말 현재 11건 등 본격적으로 감청을 하고 있다" 며 98년 말 구입한 장비(3세트)의 공개를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위원회 결의로 공개 여부를 결정하자" 고 맞섰다.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거세지자 김대원(金大圓)해양경찰청장은 "공개할 경우 수사기법이 노출될 우려가 있지만 위원회가 공개 결정을 내리면 따르겠다" 고 후퇴.

그러자 김영진(金泳鎭.국민회의)위원장은 "청장이 비공개를 요청해온 만큼 공개 여부를 표결로 정하겠다" 고 선언했다.

위원회는 야당의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여당 의원 전원의 기립 찬성으로 '비공개' 안을 가결.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위원장의 독단에 항의하며 전원 퇴장.

이정민.이상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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