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출구전략 섣불리 쓰면 세계 경제 더블 딥에 빠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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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조짐을 보이는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진다는 ‘더블 딥(double dip)’ 논란이 뜨겁다.

더블 딥 가능성을 제기하는 쪽엔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학자들이 많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은 14일 매일경제 주최 ‘10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세계 경제가 내년에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에선 더블 딥 확률을 낮게 잡거나 일축하고 있다. 불안요인이 있긴 해도 경기침체가 다시 재연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제임스 애덤스 세계은행(WB) 부총재는 이날 세계수출보험기관연맹 연차총회에서 “세계 경제의 더블 딥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으며 세계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말했다. 사공일 G20기획조정위원장은 “더블 딥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주요 20개국(G20) 중심의 국제적 정책공조를 통해 피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 더블 딥 논란 양쪽의 착안점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향후 경기는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 정부가 재정을 더 이상 쏟아 붓지 못할 때 민간의 소비와 투자가 얼마나 살아날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크루그먼은 “경기부양책 효과가 내년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 반면, 애덤스는 “각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고 중앙은행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논점을 상반되게 해석하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양쪽 모두 출구전략을 섣불리 쓰면 더블 딥이 올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는 점이다. 크루그먼은 “일부 국가들이 출구전략을 고려하고 있는데 아직 때가 이르다”면서 “확장정책을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전날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출구전략을 쓰든 안 쓰든 (세계 경제의) 더블 딥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각국이 출구전략을 너무 빨리 쓰면 재정 지출이 줄어 디플레이션이 되고, 정치적 압력으로 출구전략 시기를 놓치면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기구와 각국의 전반적인 경제 전망만 놓고 보면 더블 딥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에 세계 경제가 3.1%, 미국이 1.5%, 유럽이 0.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도 더블 딥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 경제는 바다에 떠 있는 배 같은 존재”(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라는 말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선 세계 경제가 더블 딥에 빠지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정의 실탄이 소진돼 가는 양상도 세계 경제의 흐름과 흡사하다.

다만 최근 경기지표들은 더블 딥 우려를 덜어주고 있다. 14일 발표된 9월 고용동향만 해도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7만1000명 늘었다.

이상렬·손해용 기자

더블 딥 “온다” vs “안 온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내년에 단순히 경기 둔화에 그칠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심각한 더블 딥도 가능하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V자 형 경기 회복은 없다. 더블 딥 위험이 적어도 2~3년 계속될 것이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 출구전략을 쓰면 디플레이션, 안 쓰면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긴다. 더블 딥은 불가피할 것”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W자 더블 딥이 있을 수 있지만 W의 오른쪽은 조금 작다 ”

▶ 제임스 애덤스 세계은행(WB) 부총재 “ 은행들이 3개월 전만 해도 더블 딥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가토 다카토시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 “각국의 출구전략 등이 제때 시행된다면 더블 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현재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더블 딥 가능성은 작다. 완만한 경기 상승세가 이어질 것 ”

▶ 사공일 G20기획조정위원장 겸 무역협회장 “ G20 국가들이 원칙을 정하고 정책적으로 공조하면 더블 딥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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