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뒹구는 소주병도 관광상품으로 … 그의 역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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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

올 2월 28일 남이섬의 강우현 사장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이른바 ‘나미나라 공화국’ 선포 3주년을 앞두고 진행한 기획이었다. 인터뷰에서 맨 마지막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당신은 CEO인가, 예술가인가?” 강우현을 만나겠다고 작정했을 때부터 마음속에 담아 뒀던 질문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동화작가인 그가 2001년 남이섬 사장으로 변신했고, 빈 소주병 널려 있던 남이섬은 시방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 명소로 거듭났다. 이 두 사건 사이의 거리가 궁금했던 것이다. 하나 그의 대답은 뜬금없었다. “나는 내 아들의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지난주 책 한 권이 배달됐다. 『강우현의 상상망치』. 강우현만이 구현할 수 있는 황당무계한 경영철학이 담긴 책이었다. 그런데 그 책 말미에 ‘남이 써준 강우현 이야기’란 제목으로 2월의 그 인터뷰 기사가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그는 “기사를 읽고 아들이 감동을 먹었고 감동을 먹은 아들을 보고 책을 낼 용기를 얻었다”고 적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인터뷰 기사에서 그는 다음 단계의 일을 도모했다. 강우현다운 방식이다. 책에도 이와 같은 사례는 수두룩하다. 개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관광정책 눕히면 쓰레기지만 잘 세우면 조형물, 죽은 나무도 거꾸로 심어 놓고, 안 팔린 상품은 늘어놓아 전시 작품 대접하고, 집에서 하면 노동인 김장도 바깥에서 하면 체험 상품! 관광이란 그저 사진 찍힐 곳이 많으면 되는 거다.

교통정책 가평 선착장에서 남이섬까지는 배로 10분 거리다. 다리 하나 놓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남이섬은 다리가 없다. 배에 올라타는 수고를, 찌든 일상 벗어나 별천지로 들어서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믿어서다. 남이섬은 현재 제2의 교통수단을 개발 중이다. 밧줄을 타고 허공을 날아 섬에 들어가는 것이다.

숙박정책 국내에서 유일한 6성 호텔이 영업 중이다. 무궁화 3개짜리 호텔을 승인받으려 했더니 석 달이 넘어도 허가가 안 떨어져 아예 별을 붙여 버렸다. 관계 당국은 무궁화가 없어 무시하고, 외국인 손님은 6성 호텔의 호사를 누린다.

신입사원 모집방식 응모자 수십 명이 대표를 가운데 놓고 면접을 본다. 응모자들이 대표에게 질문을 한다. 응모자가 할 수 있는 일을 가장 잘 아는 건, 응모자 자신이어서다.

이슬정원 섬에 널려 있던 소주병 3000여 개를 녹여 호텔 벽에 쌓아 올린 조형물의 이름. ‘참이슬’ 술병이어서 이슬정원이 됐는데, 손님은 남이섬의 아침 이슬을 상상한다.

동상이몽(同床異夢) 이게 왜 나쁜 뜻이지? 어떻게 한 침대에서 한 가지 생각만 할 수 있지? 동상이어도 이몽을 해야 옳은 것 아닌가?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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