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국감] "적자기업 보광이 중앙일보 인수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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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보광.한진.통일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문제를 추궁한 국세청 감사에선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 자민련 정우택(鄭宇澤).변웅전(邊雄田).정일영(鄭一永)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세무조사의 형평성 문제를 따지고 나서는 등 '소신 감사' 를 벌여 눈길.

金의원은 "납세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온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는데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알린 것은 일관성 없는 일" 이라며 "대국민 발표를 통해 기대한 효과가 뭐냐" 고 국세청을 질타했다. 국민회의 박정훈(朴正勳)의원은 "조세행정의 중립성.공평성.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며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세청 감시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 고 지적.

자민련 의원들도 "국민의 정부가 무능한 정부가 아니고야 대통령이 언론보도를 보고 세무조사 사실을 알았다면 누가 믿겠느냐" (정우택 의원), "보광에 대한 세무조사가 고위층의 언론 길들이기에 의해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변웅전 의원)고 따졌다.

의원들이 파상공세를 펴자 안정남 청장은 "홍석현 사장이 보광 말고는 별다른 기업이 없고 보광이 IMF 이후 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중앙일보를 인수했기 때문에 자금 출처에 의문점이 있었다" 고 답변, 보광에 대한 세무조사가 중앙일보가 단초가 됐음을 인정. 그러자 감사장 밖에 대기하고 있던 국세청 직원들은 "청장이 큰 실수한 것 아니냐" 며 수군거리기도.

외압설을 부인한 安청장에 대해,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은 "그 많은 기업들 중 어떻게 한진이나 보광 같은 기업에만 비리가 있는 것을 족집게처럼 알아내는 초능력을 가졌는지 신기하다" 고 꼬집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청와대 등 상부기관과의 조율이 있었는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安청장은 진술이 엇갈리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국세청의 독자적 판단이었다" "대통령도 신문을 보고 알았을 것" 이란 답변만 되풀이하던 安청장은 정우택 의원이 "청와대에 사후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냐" 고 추궁하자 결국 "수석실에 보도자료를 갖다줬다" 고 답변, 보광에 대해 적어도 사후 보고는 했음을 시인.

그는 한진에 대한 보고 여부를 추궁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보고하지 않았다" 고 했다가 "국장이 수석실에 보도자료만 줬다" 고 하는 등 갈팡질팡.

추궁이 계속되자 국민회의 한영애 의원은 "본질을 물어야지,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라며 安청장을 두둔. 韓의원은 '정도세정' '천인공노할 천문학적 탈루' 라는 표현을 써가며 "洪사장의 탈루 고발에 대단히 감사하고 청사에 남는 청장이 될 것" 이라고 말하기도.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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