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 '민생행보'…추석앞두고 해병부대 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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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과 독일 방문을 마치고 19일 귀국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행동반경이 커지는 양상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산악회 재건 연기로 당내 걸림돌이 제거되자 당 밖의 일에도 신경쓸 여유가 생긴 것 같다.

李총재는 20일 오전 서부전선의 해병대 제2사단을 방문했다.

21일엔 충남 예산, 23일에는 수해지역인 문산을 잇따라 찾는다.

李총재는 해병 장병들에게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쓸 수 있는 것도 전방을 지키는 여러분 덕택" 이라고 격려했다.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갔지만 대북문제에 관한 한 자신의 생각이 더 안정감이 있다는 인상을 심으려 애썼다.

예산 방문은 성묘를 위한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 대비해 충청권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회의 당무위원으로 논산이 고향인 이인제 (李仁濟) 씨의 대전 출마설로 충청권의 역학구도가 더욱 복잡해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란 얘기다.

수해지역을 다시 찾기로 한 까닭에 대해 측근들은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 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李총재는 수해 복구가 제대로 됐는지 등을 직접 확인할 방침이라고 한다.

李총재의 이같은 대외활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

한 측근은 "민산 등 당내 갈등요인이 어느 정도 제거된 만큼 李총재는 현장 중심의 공격적 행보를 계속할 것" 이라고 말했다.

추석연휴가 끝나면 당내 비주류 중진들과 연쇄 접촉할 계획이고, YS와의 회동도 긍정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총선 국면에 돌입하는 만큼 미리 보폭을 넓혀 놓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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