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빼먹기 '공짜진료' 복지기관 병원 편법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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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평소 관절염을 앓고 있는 崔모 (67.여.경기도 부천시) 씨는 지난달 '특별 무료진료' 라는 광고전단을 받아보고 아파트 노인정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편으로 인근 A병원으로 가 치료를 받았다.

이날 崔씨는 물론 함께 병원에 다녀온 주민 20여명은 광고에 실린 대로 '공짜 진료' 를 받았다.

이후 이 병원은 저소득층과 고령환자 등에게 적용되는 진료비 할인제도를 이용, 환자인 崔씨가 물어야 할 부담금을 의료보험에 청구해 진료비를 받아냈다.

사회복지법인 산하 의료기관이 급증하면서 장애인.노인 등 저소득층 의료복지 확충을 위한 '진료비 할인제' 를 악용한 편법운영을 일삼는 곳이 생겨나는가 하면 일부에선 병원을 몰래 팔아넘기는 등 부작용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 산하 의료기관 현황이나 편.탈법운영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책임을 시.도에 떠넘기고 있다.

◇ 편.탈법 운영 = 19일 국회 보사위 오양순 (吳陽順.한나라당) 의원은 90년 대구 B사회복지법인이 자본금 4억원으로 설립한 C의료기관이 94, 97, 98년에 9억~10억8천만원에 허가없이 매매가 추진되는 등 사회복지법인 재산인 산하 의료기관이 공공연히 매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23조) 엔 법인재산을 팔 경우 사전에 주무관청 허가를 얻도록 규정돼 있다.

吳의원은 "98년 상반기중 일반 의료기관 평균 진료비 청구액은 6천9백여만원에 불과했으나 편.탈법 운영된 사회복지법인 산하 의료기관 진료비 청구액은 평균 1억5천만원에 달해 열악한 의보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고 밝혔다.

경북 경주시 D병원과 충남 서천군 E의원은 '공짜 진료' 를 내세워 전용버스를 운행하며 의료법에 금지된 환자유치행위를 해오다 대한의협에 적발됐다.

◇ 경과 = 보건복지부는 97년 2월 "사회복지법인 요양기관 등이 설치목적에 따라 대상자를 진료하면서 본인부담금을 면제할 수 있다" 고 유권해석, 사회복지법인 등 산하 의료기관의 무료진료를 사실상 허용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법인 산하 의료기관이 급증, 96년 40여곳에 불과했던 사회복지법인 산하 의료기관은 올해에만 64곳이 새로 생겨나는 등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 8월말 현재 1백50여곳이나 된다.

특히 부산Y.충남O.충북W재단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6~7개의 의료기관을 한꺼번에 신설했다.

◇ 문제점.대책 = 보건복지부 관할 의료기관은 환자유치를 위한 전용버스 운영.광고행위가 금지된 반면 시.도 허가로 설립되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은 의료 등에 필요한 편의제공을 허용, 전용버스 운영 여지를 주는 등 법률체계가 뒤엉켜 있으나 복지부는 현황.문제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박병하 (朴炳夏) 의료정책과장은 "사회복지법인 산하 의료기관 인허가권이 시.도에 있어 복지부 차원에서 현황파악이 어렵다" 며 "시.도별로 무료진료를 내세운 불법 병.의원 실태를 파악 중" 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사무국장 출신 李모 (62) 씨는 "편법진료 논란은 상당부분 현행 의료법과 사회복지사업법.노인복지법간 충돌 때문" 이라며 "사회복지법인 의료기관 인허가권을 시.도에서 복지부로 이관해 일관된 정책을 펴게 하고 관련법 제. 개정을 통해 복지법인의 건전한 의료활동을 보장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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