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위, 평화상 비판론 이례적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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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will)을 그 어떤 수상자보다 훌륭히 충족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면서 미국의 국론 분열 현상까지 나타나자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게이르 룬데스타드 노르웨이 노벨위 사무총장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12일자)와 인터뷰에서 다자주의 외교, 핵 군축,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힘쓴 오바마의 역할을 예로 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바마의 평화상 수상에 대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오바마가 실제 이룬 업적이 아직 없어 수상 자격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과거에도 성취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상을 준 경우가 많았다”며 “과거의 논란들에 비하면 이번 선정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1989년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선정과 94년 이츠하크 라빈(당시 이스라엘 총리), 시몬 페레스(이스라엘 외무장관), 야세르 아라파트(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 등 3인 공동 선정 때는 논란이 훨씬 더 심각했다는 것이다.

노벨위원회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고 미국 민주당 정치인들을 ‘편애’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헨리 키신저나 시어도어 루스벨트 같은 보수 정치인들도 상을 받았다”고 맞받아쳤다.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10일 “오바마가 상을 받은 이유는 노벨위원회 대부분이 좌파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선정 위원 5명 중 토르비에른 야글란(사진) 위원장과 시셀 마리 뢴벡(이상 노동당), 오고트 발레(사회주의좌파당) 위원 등 3명이 좌파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2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이미지와 명성을 회복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면서 “그러나 노벨상 수상이 아프가니스탄 전략 등 대통령이 맞닥뜨린 어려운 결정들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르웨이 내에서조차 오바마 수상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야당인 진보당의 시브 옌센 당수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했다”며 야글란 위원장의 사퇴까지 촉구하고 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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