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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교육 기업·단체가 도울 일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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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성남초등학교 성인제 교장(오른쪽에서 둘째)이 천안학원연합회 후원으로 미술교육을 마친 뒤 병설유치원생들과 환하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조영회 기자]

6일 오전 11시 천안시 성남면 성남초등학교. 이 학교 안에 있는 병설유치원에 두 명의 낯선 사람이 들어섰다. 이들은 천안도심의 미술학원인 ‘미술처럼 영재아트 심리센터’ 최중길(37) 소장과 강사. 최 소장은 18명의 유치원생 사이를 오가며 A4 용지를 내놓고 “가족을 그려보라”고 했다. 종이를 받아 든 아이들은 연필로 자신을 포함한 가족을 그려갔다. 식탁에 앉아 오붓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부터 남자와 여자를 갈라 그림을 그린 아이까지 다양했다.

박애진(7)양은 요리를 하는 엄마 뒤로 7명의 온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는 풍경을 그렸다. 이것은 아이의 미적 재능과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미술교육의 첫 걸음이라고 했다. 아이의 재능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교육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테스트를 통해 아이들의 IQ와 창의력도 알게 된다고 했다.

최 소장은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처음 수업을 하게 됐다. 수업 전에 아이들의 잠재능력과 정서를 알아보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미술학원에 다니는 도심 아이들보다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유치원의 김지연(32·여) 교사는 “시골에 위치한 병설유치원이다 보니 아이들이 방과 후에 마땅히 학원에 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미술이나 음악 등의 전문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는 우리가 지킨다

1925년에 개교, 올해로 84년을 맞은 성남초교. 성남면에서 가장 큰 학교였지만 지금은 전교생이 54명에 불과한 미니학교다. 교사도 교장과 교감, 교사, 유치원 교사를 포함해 10명이다. 도심학교에 비해 사교육도 부족하고 교육환경도 열악하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탓하다간 도심 학교와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게 분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인제(56) 교장과 교직원이 나섰다. 이른바 ‘송벌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해 학교를 발전시키자는 취지였다. 지난달 10일 기업체, 인근 단체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학교 교육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사업을 담당한 임정빈 행정실장은 “단순히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교가 발전할 수 있을 지 머리를 맞대자는 게 취지”라며 “교육여건이 좋아지면 도심에서도 학생과 학부모가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프로젝트는 기업들은 학생들에게 현장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원연합회는 미술이나 음악, 발레 등 학생들이 접하기 어려운 전문교육을 시켜준다. 사회단체는 학생 개개인과 연을 맺고 장학금을 주거나 멘토 역할을 해주게 된다. 천안지역의 한 장학재단도 이 프로젝트에 선뜻 동참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사업이 시작된 곳은 교육분야다. 성남초교와 지난달 16일 협약을 체결한 천안학원연합회는 유치원에는 미술강사, 1~6학년에게는 무용강사를 파견해 매주 1회 교육을 하기로 했다. 교육비는 무료다. 교육은 이달부터 6개월간 진행된다.

이용준 천안학원연합회장은 “성남초 송벌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며 “천안에서도 인정을 받는 유능한 강사를 파견해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치원과는 별도로 초등학생들은 무용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게 된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게 됐다.

성인제 교장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 교육발전이라는 공감대 형성으로 지역사회가 서로 신뢰하는 풍토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교육여건이 개선되면 학생들이 저절로 찾아오고 그로 인해 지역도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신진호 기자
사진 =조영회 기자

◆송벌프로젝트=천안 성남면의 옛 지명인 ‘송벌’에서 따왔다. 송은 속(내부·심장부)과 푸른 기상을 상징하는 소나무(松)라는 의미고, 벌은 벌판을 뜻한다. 학교와 기업·단체가 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발전한다는 내용이다. 성남초는 연말까지 100여 개 기관·단체와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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