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2대2. 승부는 27일의 최종국으로 넘어갔다. 5판 이상의 장기전에서는 무적이라는 이창호9단. 하지만 그 이창호를 상대로 도전자 유창혁9단은 생각보다 훨씬 잘 버티고 있다.
13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33기왕위전 도전기제4국에서 도전자 유창혁9단은 기사회생의 묘수로 위기를 돌파하며 140수만에 백불계승을 거뒀다.
난마처럼 얽힌채 10시간동안 숨막히게 펼쳐지던 대마공방전이 한줄기 햇빛같은 묘수 한방으로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기보> 에서 보면 전쟁은 백을 쥔 유9단이 58로 젖히면서 시작됐다. 59의 절단으로부터 이왕위가 공격을 개시한 것은 당연한 흐름이며 이로부터 전선은 중앙 일대와 우변으로 비화했다.기보>
흑이 111로 연결했을 때가 이판의 하이라이트. 얼핏 백은 절망적으로 보였다. 우변 대마를 선수로 살리고 중앙마저 살려야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장면에서 112라는 사석 (捨石) 의 묘수가 등장했다. 112로 두점을 죽이며 우변을 살린 다음 116으로 중앙마저 해결하여 벼랑 끝에서 일거에 승리를 거머쥐었던 것이다.
이로써 이창호왕위가 흑번인 제4국에서 끝을 낼 것이란 예상은 빗나가고 왕위전은 2대2가 됐다. 이런 추세라면 최종승부는 5대5다. 흑을 잡는 쪽이 이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유9단은 92년도에 이창호로부터 4대3이란 박빙의 스코어로 왕위를 따낸 뒤 무려 4연패를 거둔 일이 있다.
당시 최대타이틀인 왕위만 빼고 모든 타이틀을 장악했던 이9단은 '전관왕' 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으나 유9단의 결사방어에 막혀 실패했다.
모든 기록을 바꿔놓아 '기록제조기' 라 불리는 이창호도 조훈현9단이 두번이나 달성한 '전관왕' 이란 기록만은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9단은 96년도에 유창혁의 연패를 저지하며 왕위에 오른 후 지난해까지 3연패에 성공했다.
최강 이창호9단이 여세를 몰아 4연패를 달성할 것인가. 아니면 '왕위전의 사나이' 유창혁9단이 역전에 성공하여 자신의 보금자리로 금의환향할 것인가. 최종 제5국은 27일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한국기원이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baduk.or.kr)에서 생중계한다.
박치문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