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도전기 4국] 유창혁, 이창호에 불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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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결국은 2대2. 승부는 27일의 최종국으로 넘어갔다. 5판 이상의 장기전에서는 무적이라는 이창호9단. 하지만 그 이창호를 상대로 도전자 유창혁9단은 생각보다 훨씬 잘 버티고 있다.

13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33기왕위전 도전기제4국에서 도전자 유창혁9단은 기사회생의 묘수로 위기를 돌파하며 140수만에 백불계승을 거뒀다.

난마처럼 얽힌채 10시간동안 숨막히게 펼쳐지던 대마공방전이 한줄기 햇빛같은 묘수 한방으로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기보> 에서 보면 전쟁은 백을 쥔 유9단이 58로 젖히면서 시작됐다. 59의 절단으로부터 이왕위가 공격을 개시한 것은 당연한 흐름이며 이로부터 전선은 중앙 일대와 우변으로 비화했다.

흑이 111로 연결했을 때가 이판의 하이라이트. 얼핏 백은 절망적으로 보였다. 우변 대마를 선수로 살리고 중앙마저 살려야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장면에서 112라는 사석 (捨石) 의 묘수가 등장했다. 112로 두점을 죽이며 우변을 살린 다음 116으로 중앙마저 해결하여 벼랑 끝에서 일거에 승리를 거머쥐었던 것이다.

이로써 이창호왕위가 흑번인 제4국에서 끝을 낼 것이란 예상은 빗나가고 왕위전은 2대2가 됐다. 이런 추세라면 최종승부는 5대5다. 흑을 잡는 쪽이 이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유9단은 92년도에 이창호로부터 4대3이란 박빙의 스코어로 왕위를 따낸 뒤 무려 4연패를 거둔 일이 있다.

당시 최대타이틀인 왕위만 빼고 모든 타이틀을 장악했던 이9단은 '전관왕' 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으나 유9단의 결사방어에 막혀 실패했다.

모든 기록을 바꿔놓아 '기록제조기' 라 불리는 이창호도 조훈현9단이 두번이나 달성한 '전관왕' 이란 기록만은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9단은 96년도에 유창혁의 연패를 저지하며 왕위에 오른 후 지난해까지 3연패에 성공했다.

최강 이창호9단이 여세를 몰아 4연패를 달성할 것인가. 아니면 '왕위전의 사나이' 유창혁9단이 역전에 성공하여 자신의 보금자리로 금의환향할 것인가. 최종 제5국은 27일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한국기원이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baduk.or.kr)에서 생중계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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