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뉴스] 한 사건 피의·피해자 쪼개서 실적 부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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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중랑경찰서 A경사는 최근 보이스피싱 사건을 조사하며 전산 시스템에 임의로 사기 사건의 주도자, 콜센터 직원을 등록했다. 조사도 안 한 상태에서 피의자를 멋대로 기록한 것이다. 수사가 마무리 되자 입력한 피의자별로 ‘종결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혜화경찰서 B경위는 공갈 사건을 피해자별로 나눠 전산에 입력해 별개의 사건인 것처럼 처리했다.

A경사와 B경위처럼 한 사건을 여러 건의 사건인 것처럼 쪼개고, 112 신고를 자신이 한 뒤 출동해 실적을 쌓는 등 경찰의 ‘실적 부풀리기’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태원(한나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4월부터 9월까지 실적을 부풀려 적발된 경찰관이 54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12명은 계고, 16명은 특별교양, 9명은 주의·교양 처분을 받았고 17명에 대해서는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계고는 공무원의 가벼운 위법 행위에 대해 경고, 교양은 교육 처분을 의미하며 인사 시 감점 요인이 된다. 김태원 의원실 관계자는 “조사실 이용 실적을 높이기 위해 빈 조사실에서 녹화를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올 3월 취임한 강희락 경찰청장은 “일하는 사람이 보상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강력한 성과주의를 펼쳐왔다. 김 의원은 “성과가 포상과 특진의 기준이 됨에 따라 경찰관들이 실적에 매달리고 있다”며 “신뢰할 만한 검증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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