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관광외유 러시…'나눠먹기식' 운영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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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방의회 의원들이 슬그머니 떠나는 집단 외유가 너무 잦다.

뚜렷한 목적도 없이 임기중에 최대한 해외를 많이 나갔다 오자는 식이다.

이런 가운데 5일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시 근처에서 정읍시의회 의원들이 탄 버스의 교통사고로 의원 1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 국제언론의 주목거리가 됐다.

품위손상으로 벌금을 무는 사태도 일어났었다.

◇ 소나기 외유 = 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 소속 의원 8명은 지난 2월 호주.뉴질랜드.피지를, 산업경제위원회 의원 9명은 유럽을 다녀왔다.

3월에는 행정자치위 의원 8명이 역시 유럽을, 4월에는 교육복지위 의원 6명이 북미를 다녀와 석달 사이 전체 도의원 38명 중 31명이 외유를 했다.

제주도의회의 경우 '풍력발전' 등의 해외연수 때마다 다른 상임위 의원을 끼워주는 등 '나눠먹기식' 으로 운영해 비난이 일고 있다.

◇ 불분명한 외유목적 = 대부분 '선진국 시찰' 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관광에 그친다.

코스도 미국.캐나다나 유럽 및 호주.뉴질랜드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월 경북도의회 의원 10여명은 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영국을 다녀왔는데, 이들 국가 지방의회를 한차례 방문한 것을 빼고 나머지 일정을 관광지에서 보냈다.

창원시의원 15명도 지난달 29일부터 2개팀으로 나눠 남미와 북유럽을 여행 중이다.

창원 YMCA 권순주 (權純主.41) 사무총장은 "일정이 창원시의 현안인 경륜장.납골당.폐기물소각장과는 상관없다" 며 "귀국 후 시민 대상 보고회를 갖자" 고 제의했다.

◇ 품위 손상 = 지난 6월 홍콩을 찾았던 군산시의회 P의원은 공항 면세점에서 벨트를 들고나오다 적발돼 2백50홍콩달러 (25만원) 를 물고 풀려났다.

귀국 후 시민단체 등에서 "나라 망신 시켰으니 사퇴하라" 는 여론이 일자 P의원은 "현지사정을 모르고 물건을 들고 판매구역을 벗어난 것 뿐이었다" 고 해명했다.

◇ 여행 경비 = 전북 시.군의장단은 태풍피해 복구가 한창이던 지난달 18일부터 28일까지 북유럽과 러시아를 돌아보고 왔다.

40명이 참여한 이 외유에 들어간 경비는 2억3천만원이었다.

의원 1인당 6백여만원, 의회 직원들은 4백여만원씩이 들어갔다.

충남 부여군의회의 경우도 의원 14명의 8박9일간 해외연수에 7천여만원을 썼다.

송의호.장대석.김상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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