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동네북'된 야구드림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드림팀인가, 드럼팀인가' . 시드니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려 있는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를 1주일여 앞두고 국내 프로구단의 근시안적 이기주의로 '드림팀' 이라던 한국대표팀이 '동네북 팀' 이 되고 있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최근 드림팀 에이스로 내정된 정민태의 오른쪽 허벅지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외해 줄 것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현대구단 관계자는 '본인은 강력하게 원하지만' 이라고 전제를 깔면서 '그러나 사실상 경기 출전은 불가능하다' 고 김감독을 지원하고 있다.

또 롯데는 지난주 대한야구협회 김병우 전무에게 "주형광의 최근 구위가 좋지 않으니 재고해달라" 고 호소한 바 있다.

지난 1일 아마 - 프로야구 발전위원회에서도 해프닝이 벌어졌다. 현재 와일드카드 싸움을 벌이는 한화와 현대단장은 구대성과 정민태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대회 마지막 한.일전에 누가 등판하느냐. 대회가 끝난 다음날 중요한 경기가 있다" 며 주성노 감독에게 자기팀 선수가 등판하지 않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표팀은 지난달 2일 선발됐다. 이후 한달동안 선수를 보호하기는커녕 눈앞의 팀 순위에 매달려 선수들을 혹사시켜 온 프로구단이 이제 와서 몸이 아프니 쉬게해 달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일본은 지난해 방콕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콜드게임패 수모를 당한 뒤 프로 - 아마가 힘을 모아 '한국 타도' 를 외치며 칼을 갈고 있다.

그들은 페넌트 레이스가 진행중임에도 프로선수들의 참가를 결정했다. 우리 프로구단들은 아시아선수권과 올림픽 진출 티켓이 달린 이번 대회를 '남의 잔치' 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