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바꾼 한국경제 남북통일로 비상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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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올 초만 하더라도 세계 금융기관들은 한국경제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바뀌어 긍정적인 전망이 잇달아 나온다. 더구나 시간이 갈수록 전망치가 상향 수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세계경제 전망보고서에서 2009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4%로 전망했으나 8월엔 -3%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해외 기관의 낙관적 미래 예측 잇달아 … 현재 국가경쟁력지수는 상대적으로 취약

OECD는 9월 전망보고서에서 한국경제가 2009년 -2.2% 성장에서 2010년엔 3.5% 성장하리라고 예상했다. 골드먼 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도 2009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기존의 -3%, -1.8%에서 각각 -1.7% -0.5%로 상향 조정했다. 다이와 증권은 이례적으로 0.1%의 플러스 성장을 예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모건스탠리나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 노무라증권 등 예측기관들은 2010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5%로 낙관한다. 이들 기관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한 한국정부의 금융·재정정책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뤄지고, 경상수지 흑자, 단기외채 감소 및 외환보유액 확충 등으로 대외채무 상환불능 우려가 현저하게 개선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2분기의 높은 경제성장률, 수출 부문의 경쟁력 제고 등으로 한국경제가 강한 회복력을 시현한 점도 고려됐다. 많은 전문가와 국제기구들은 앞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은 선진국이 아니라 신흥개도국, 그것도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하리라고 내다본다. IMF는 글로벌 위기가 해소된 이후에도 세계경제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본다.

선진국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된 상태이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하더라도 예전의 경제규모로 복귀하는 데는 수년이 소요되리라는 예상이다. 금융위기의 충격은 다른 위기보다 골이 깊고 오래 지속된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그 충격 여파는 국가마다 서로 달라 회복력 또한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특히 90년대 후반에 혹독한 외환위기를 치렀던 아시아 국가들은 예방주사를 미리 맞아 일정 수준의 내성을 갖춘 상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손쉽게 헤쳐나간다. 따라서 금융위기의 충격이 덜한 신흥개도국이 선진국보다 성장 모멘텀이 당연히 강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아시아의 시대가 열리리라는 전망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10~30년 뒤의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골드먼 삭스는 한국증시의 악재로 지목돼 온 ‘북한’이 한국의 최대 성장요인이 될 수 있다며 ‘북한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골드먼 삭스는 남북통일이 이뤄지면 달러화 환산 GDP가 30~40년 뒤 미국을 제외한 G7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지리라 예상했다.

통일 한국의 2050년 실질 GDP는 6조560억 달러로 2008년 한국 GDP(8630억 달러)의 7배에 이른다. 북한의 성장잠재력이 남한의 기술·자금력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풍부한 인적자원과 엄청난 규모의 광물자원, 생산성의 대폭적인 향상 여지 등 많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북한은 0~14세 인구 비중이 남한(18%)보다 높은 23%로 젊은 인구가 많다. 또 북한에 매장된 광물자원의 가치는 지난해 북한 GDP의 140배에 달한다. 매년 광물의 97%를 수입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통일되면 북한에서 생산되는 물량으로 상당 부분 충당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다만, 한국의 통일은 독일식보다 중국-홍콩식의 점진적 통합방식으로 이뤄지고, 적절한 정책이 마련되면 통일 비용의 감당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2006년 미국의 랜드연구소는 2020년에 세계경제를 이끌 16개의 핵심 첨단기술을 제시하면서, 기술습득 역량과 상용화 능력, 상용화 장애요인 등을 고려해 국가별 기술경쟁력을 전망한 바 있다.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 등 6개 기술 선진국과 함께 2020년에 16개의 첨단기술을 모두 개발할 국가로 평가됐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유비쿼터스 IT, 인공지능센서, 인체공학, 착용 가능한 컴퓨터, 양자 암호 등 5개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분야의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한국의 첨단기술 개발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하지만 한국경제를 둘러싼 밝은 미래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면 국가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올해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27위(전체 57개국)로,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19위(전체 133개국)로 평가했다.

런던시티에서 평가한 국제금융센터의 경쟁력지수(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에서는 서울이 세계 75개 도시 중 35위에, 아시아에선 8위에 랭크됐다. 매년 발표될 때마다 순위 변동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필자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으로 글로벌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김 득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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