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청문회] 이건개.김태정씨 뒤바뀐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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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93년 5월 하순 서울 서소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실. 이건개 (李健介) 대전고검장은 "이럴 수가 있는 거냐" 며 몸을 부르르 떨었고 김태정 (金泰政) 중수부장은 "선배님 죄송하다" 며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차기 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李고검장이 슬롯머신 수사의 여파로 현직 고검장으론 사상 처음 구속되는 순간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6년3개월의 세월이 흐른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법사위 청문회장. 두 사람은 이번엔 국회의원과 전직 검찰총장으로 맞대면했다.

자민련 소속인 李의원은 "편안하게 답하고 검찰내 비밀사안은 말하지 않아도 좋다" 며 점잖게 시작했다.

하지만 李의원은 점점 신랄해졌다.

"증인은 공안 경험이 별로 없는 진형구 (秦炯九) 씨를 신공안이란 개념까지 만들어가며 중용했는데 파업유도건에 대해서도 관여한 게 아닙니까. " "검찰총장은 공안정책에 대해 당연히 방향과 지침을 내리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증인도 秦전공안부장에게 뭔가 지침을 줬을 것 아닙니까. "

李의원은 지침을 줬으면 秦전부장과 공범이고, 아니면 무능한 총장이란 쪽으로 그를 몰아붙였다.

金전총장은 깜짝 놀라 "선배님, 아니 죄송합니다. 의원님" 이라며 "존경하는 李의원님과 논리싸움을 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어떻게 부하직원이 불법 파업을 유도한다는 보고를 총장에게 할 수 있겠느냐" 며 위기를 넘겼다.

李의원은 또 金전총장이 검찰의 정보기능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바람에 秦전부장의 파업유도사건 같은 일이 벌어진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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