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 튀는 언행 '화끈한 증인' 정일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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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꽃무늬가 수놓아져 있는 흰색 반팔 원피스에 호박색 나무모양 브로치, 검은색 정장 구두. 헤어크림을 발라 앞머리를 처마끝처럼 세워놓은 머리 스타일. 짙은 눈화장에 비취색 하트모양 귀걸이….

옷로비 의혹사건의 핵심 인물인 정일순 (鄭日順.사진) 라스포사 사장은 디자이너답게 세련된 차림으로 25일 국회 법사위 청문회장에 섰다.

이날 鄭씨가 입은 옷은 鄭씨가 직접 만든 옷. 머리 손질은 병실에서 했다고 한다.

"우리 (라스포사) 옷은 고급스럽다" 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鄭씨는 그러나 전혀 고급스럽지 않은 감정표현으로 법사위원들을 난감하게 했다.

질문자가 교체되는 중간중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고, 이규택 (李揆澤) 의원의 질의 직전에는 장내에 다 들릴 정도로 1분간 흐느껴 진행이 아예 중단됐다.

그는 밍크코트를 연정희씨에게 보냈느냐는 질문에는 흥분을 이기지 못해 책상을 쳐가며 "정말 분통이 터진다" 고 고함을 질러 목요상 (睦堯相) 위원장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강한 전라도 사투리로 "내가 증말 복장이 터져 못살아" "나를 뭘로 앙가.혼짝을 내주겠다고 했어요잉" 하면서 자신의 하고 싶은 얘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문제의 호피무늬 코트에 대해서는 "확 던져버리고 싶다" 고도 했다.

일부 의원들이 "묻는 말에만 답변하라" 고 제지했지만 "저 이거 밝히지 못하면 자살하고 싶어요" 라며 속사포처럼 내뱉는데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면서도 鄭씨는 그전 증인들의 증언 가운데 자신과 불리한 내용은 철저히 부인했다.

"재벌.장관 등 높은 사모님들이 왜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거짓말 못하는 사람이다" 며 필사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카메라는 왜 이렇게 터져쌌지" "회사가 엉망진창이 되여가지고…"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망신이" 라며 자신의 억울함을 항변한 鄭씨는 '고혈압과 신경쇠약' 탓인지 답변도중 여러차례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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