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복지예산 위해 공공사업 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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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 정부가 ‘바닥난 재정’ 때문에 ‘마른 수건’을 또 짜고 있다. 주로 아스팔트 도로 공사 등에 쏟아붓던 예산을 아동수당 등 복지 분야로 돌리기 위해서다. 행정쇄신회의는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이미 사용 중인 추경예산을 재편성해 2조5000억 엔(약 32조원)을 조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7일 보도했다.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중지된 정부 사업에는 도로 건설 등 공공사업은 물론 왕궁 주변을 정비하는 사업과 관공서의 저공해 차량 구입 사업도 포함됐다.

형무소 수선비와 차세대 안전운전 시스템 개발비, 희귀금속 채굴을 위한 자원탐사선 건조비도 취소됐다.

하토야마 정부가 ‘마른 수건’을 짜는 것은 자녀 수당 5조3000억 엔 등 내년에 모두 7조1000억 엔의 복지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당초 추경에서 3조 엔을 확보하고 나머지 4조1000억 엔은 내년 예산 절감으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추경 절감액이 2조5000억 엔에 그치자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3조 엔을 채우도록 허리띠를 더 졸라매자”고 주문했다. 그래도 부족하면 국채 발행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지금보다 (국채를) 더 늘리면 국가가 견딜 수 없다. 당연히 국채 발행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공언한 공약도 뒤집기로 한 것이다.

마른 수건을 짜고 추가로 나라빚을 내기로 한 것은 당초 46조 엔으로 예상됐던 올해 세수가 실제로는 40조 엔에 그치고 내년에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하토야마 불황’을 우려했다. 그는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최소 10조 엔 규모의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채 발행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전임 자민당 정권이 경기부양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44조 엔의 국채를 발행했기 때문에 추가 발행은 재정 건전성에 큰 부담이다. 바닥난 재정 때문에 일본의 국가채무는 올 6월 현재 860조2557억 엔으로 치솟았다.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80%를 웃돌아 선진국 중 가장 높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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