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나들이] 화려한 볼거리 '햄릿 프로젝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작가주의적인 창작의 자유와 관객에 대한 배려, 이 둘 가운데 더 많이 고려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죽산의 야외극장 M 캠프 시어터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극단 무천의 '햄릿 프로젝트' 는 이런 물음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복합장르 음악극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잔혹극의 개념으로 바꾸어놓은 마로윗츠의 60년대 개정판을 참고로 김아라가 각색.연출했다.

우유부단하지만 곧은 인격의 햄릿, 순결한 오필리어 등 원작의 인물 성격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햄릿을 광기어린 인물로 바꾸어놓은 '마로윗츠 햄릿' 보다 파격적이다.

시간 순서를 무시하고 오로지 햄릿의 의식 흐름을 통해 진행되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형식은 더욱 파괴적이고 전위적이다.

'스타일리스트' 라고 일컬어지는 김아라답게 곳곳에 '멋' 을 부린 흔적이 많이 보인다.

일단 시각적인 면에서 무대 중앙을 물로 채워놓았다든지, 혹은 무대 한켠에 마련된 대형 H빔 스크린에 김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의 컴퓨터 영상이 투사되는 등 다양한 볼거리가 관객들의 눈을 자극한다.

굉음을 내며 등장하는 포크레인에 몸을 싣고 등장하는 왕의 유령은 관객들의 기대를 넘어선다.

또 캐스팅 면에서도 연기경험이 전혀 없는 인디 록밴드 리드싱어 김형태를 과감하게 주역 햄릿에 기용하고 왕비 거투르트를 무용가 김현옥에게 맡기는 등 관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를 한데 모아놓은 인상이다.

그런가 하면 음악은 또 어떤가.

귀청을 울리는 서민규의 테크노음악이 한껏 전위적인 느낌을 고조시킨다.

이런 자극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쉽게 작품에 빠져 들지 못한다.

연출가의 과도한 욕심에 관객들은 희생되고 만다.

위선적인 자기자신과 주인공을 동일시함으로써 관객들이 자신과 정면으로 대결하도록 하는 잔혹극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원작의 과도한 해체만 있고 적절한 재구성이 없는 탓이다.

그래서 화려한 시각효과는 한데 엮이지 않고 파편으로만 존재해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네방향 모두에서 관객을 만나는 야외무대이지만 관객을 배려한 세심한 조명과 음향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내가 내고 싶은 목소리, 내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보여주려는 욕심 때문에 오히려 관객들은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27~29일 오후 8시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 M 캠프 시어터. 0334 - 675 - 1564.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