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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조사 제대로 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오늘부터 사흘간 옷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법사위 청문회가 열린다.

26일부터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파문을 놓고 또 다른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두 청문회 모두 국민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사안답게 TV 생중계로 치러질 예정이지만 지난 며칠간의 국회 현장검증.조사 과정을 보면 벌써부터 속시원한 의혹 해명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느낌마저 든다.

도대체 언제적 옷로비 추문이고 파업유도 의혹인가.

옷로비만 해도 사직동팀이 밝힌 내사착수 시점부터 7개월을 넘겼고 사건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지도 벌써 3개월이다.

새삼 우리 정치의 비능률과 자정력 (自淨力) 빈곤을 심각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청문회가 시작되는 옷로비 사건의 경우 전직장관 부인 배정숙 (裵貞淑) 씨의 단독로비 시도로 결론지은 검찰수사 결과를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어떻게 따지고 조사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느냐가 핵심이다.

문제의 코트 배달시점을 수사당국이 조작했는지, 옷값은 낮춰 잡지 않았는지, 과연 다른 연루자는 없는지 등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미 옷로비와 관련해 시중에는 별의별 소문이 다 떠돌아다니는데도 여당은 관련기관 보고.현장조사 때부터 조사대상 기관들을 비호하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만 주고 있다.

"경찰청장은 '소신껏' 답변하라" 든가 "옷가격이 이 정도면 적당한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는 여당의원의 발언에서 고질적이고 낯익은 여당식 구태 (舊態) 를 느끼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오만하게까지 보이는 검찰이나 경찰의 자료협조 거부도 큰 문제지만 이를테면 '얄미운 말리는 시누이' 역을 자청하고 나선 여당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기껏 TV 중계를 하기로 해놓고 상임위 차원의 안건이라는 이유로 굳이 협소한 곳을 청문회 장소로 고집한 것도 당당한 자세는 아니었다.

특히 문제가 된 사직동팀의 책임자가 국회에 출석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의혹규명에 대한 정부의지를 의심케 하는 일이다.

야당도 이제까지처럼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폭탄발언' 가능성 같은 것에나 기대고 있다면 내실있는 청문회는 물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옷로비 등에 관한 특별검사제 실시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이번 청문회는 여야 모두가 온 국민이 납득하게끔 진상을 밝힐 마지막 기회라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여권으로서는 청문회를 통한 두 의혹사건 규명에 성실히 임해 '때' 를 벗는 것이 중요하다.

청문회를 적당히 얼버무려 의혹을 내년 총선까지 끌고가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소리 (小利)에 집착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임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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