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정부위원회서 철수…대정부 투쟁모드로 전환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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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은 6일 “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을 철수시키고 대정부 투쟁모드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날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8일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자세한 투쟁 계획을 공개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노총이 대정부 투쟁에 나서려는 것은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둘러싸고 정부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모든 노조가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게 하고,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여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도록 규정한 현행 법률을 그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대신 복수노조의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5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건강한 노사문화와 선진화를 위해 가야 할 길”이라며 “13년간 제자리 뛰기만 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노총이 확고한 정부 입장을 확인하면서 강경 모드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위원장은 6일 통화에서 “8일 투쟁의 스타트를 끊는다”며 “지금까지 대화 쪽에 무게를 뒀지만 임태희 장관이 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한 발언으로 미뤄 대화 자체가 거부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제도(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문제)에 막혀 (투쟁 이외에) 방법이 없다”며 “어설픈 투쟁은 안 한 것만 못하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의 상무위 가동은 무의미하다.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 상무위는 노동부 차관, 경총 부회장, 노총 부위원장 등이 참여해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시행 여부와 구체적 방안을 논의해왔다.

장 위원장은 특히 “지역노사정협의회와 노동위원회 등 노총이 참여하는 모든 정부 위원회의 근로자 위원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철수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중앙노동위원회에 26명을 비롯해 60여 개 정부 위원회에 39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그러나 “(장관과 경총 회장, 한국노총 위원장이 참여하는) 노사정 대표자 회의 철수 여부는 유동적”이라며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도 신중을 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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