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은행신탁도 '대우채 뒤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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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투신환매대책이 충분한 준비 없이 터져나오면서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개인.법인의 경우 내년 2월 8일에 찾는 것이 가장 유리하게 돼있어 이때 환매사태가 일 것으로 보이는가 하면 수시 입출금식 금융상품인 MMF까지 환매제한대상에 포함시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또 은행들은 대우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 (CP) 을 편입한 은행 신탁계정의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은행 신탁문제 = 신탁상품 중 확정배당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실적배당의 경우는 대우채권 편입비율에 따라 만기 때 고객에게 예금지급이 어렵거나 배당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지난 7월말 현재 1백42조원에 달한 12개 신탁상품의 운용자산 중 대우그룹 채권 편입비율은 4% 정도이며, 실적배당상품 경우에는 3.1%라는 것. 특히 신탁상품 가운데 고객이 돈을 맡기며 운용자산을 투신사 수익증권이나 대우 등 회사채로 지정한 '특정금전신탁' 의 경우 당장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재 은행은 투신사 수익증권을 환매할 수 없는데 고객은 수익증권을 운용하는 특정금전신탁의 해지를 요구해 이미 은행 창구에서는 다툼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대우채권을 은행자산 계정으로 넘기는 (편출입) 방안을 허용해 줄 것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특정금전신탁은 만기 때 재산의 회수가 어려울 경우 운용자산을 실물로 교부하도록 약정돼 있어 고객은 회사채 등을 받아 해당 기업에 직접 상환을 요구해야 한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채권 편출입이 펀드의 수익률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편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고객보호 차원에서 특정금전신탁의 채권 편출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 말했다.

◇ MMF 예외 적용 = 투신업계에서는 MMF에 대해서는 소액에 한해 환매를 보장해주든가 환매 유예기간을 짧게 하는 등의 일부 예외적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환매보장은 1천만원 이하 정도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환매 유예기간도 현재 90일 뒤 (11월 10일)에는 대우채권분의 80%, 1백80일 뒤 (내년 2월 8일)에는 95%를 찾아가도록 돼 있는 것을 30일과 90일로 단축시키자는 것이다.

이 경우 90일만 기다리면 원금의 거의 전액을 받을 수 있어 고객들의 불만이 줄어들 것으로 투신사 실무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또 내년 2월 8일에 환매가 몰리는 것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LG증권이 18일 자사가 판매한 MMF 전액에 대해 환매에 응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대우 채권 편입비율이 작은 회사를 중심으로 자체해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 주식형으로의 전환 = 업계에서는 고객이 원할 경우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서 주식형으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만기가 안된 수익증권을 찾아 주식형으로 전환할 경우 환매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수수료 없이 전환이 가능토록 하자는 것. 이 경우 같은 투신사 내에서 돈이 움직이는 것이어서 투신사의 유동성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자칫 주식형에서 손해가 날 경우 고객들은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투자자들의 대처방법 = 이번 조치는 업계의 자율결의 형식으로 이뤄진 것이므로 정부가 환매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속성상 고객과 한 약속을 어기기는 어렵다. 다만 해당 증권.투신사가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할 경우 돈을 못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선 내년 2월 8일에 환매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불안하다면 오는 11월 10일까지 기다려 대우 채권분의 80%만 일단 받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혹시 나중에 분쟁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일단 해당 증권.투신사가 배부한 안내문을 증거물로 갖고 있는 것이 좋다.

이영렬.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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