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지진 이모저모] 여진 200회…전기도 끊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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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7일 발생한 터키 지진은 시민들이 잠자리에 있던 이른 새벽에 덮쳐 인명피해가 더 컸다.

이스탄불에서는 많은 희생자들이 잠에서 채 깨어나기도 전에 무너진 건물더미에 파묻혔다.

심한 진동에 놀라 잠옷차림으로 밖으로 뛰쳐나온 수천명의 시민들은 지진 발생후 바로 전기가 끊긴 데다 2백회 이상 계속된 여진으로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공포에 떠는 등 이스탄불은 순식간에 수라장으로 변했다.

○…진앙지에서 가까운 사카리아 지방은 5개의 교외 주거지역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정도로 모든 건물이 완전 파괴됐으며 수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일대의 병원은 사망자.부상자들로 가득 차 파괴되지 않은 학교 건물 등을 병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터키 민영 NTV는 "지진이 일어난 지역의 각 병원은 이미 환자들로 가득 차 경상자들은 치료가 거부되고 있으며 병상도 부족해 길가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고 전했다.

터키 총리실은 지진발생 직후 재난센터를 설립, 구조활동을 지휘하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1백10km 떨어진 터키 최대의 공업지역인 이즈미트시는 지진의 진앙지에서 가까운 탓으로 가장 피해가 컸다.

많은 시민들이 무너진 건물 안에 갇혀 숨졌고, 구조대원들은 잔해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즈미트 외곽의 정유공장에는 지진으로 대형화재가 발생했으나 불길이 워낙 거세 소방대원들의 수시간에 걸친 사투에도 불구하고 불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즈미트 해군기지에서도 한 건물이 붕괴, 2백50여명의 군인이 매몰됐으며 17일 현재 24명만 구조된 상태다.

○…이번 터키 지진은 이웃 불가리아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으나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불가리아 당국이 17일 밝혔다.

불가리아 BTA통신은 지진 관측소측의 말을 인용, 불가리아 전역에서도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진 다발지역인 터키는 지난달에도 카나칼레 지역과 다르다넬레스 지역에서 수일간 지진이 계속돼 수천명의 시민들이 공원.주차장 등에 대피하기도 했으며 지난해엔 남부 아다나 지방에서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 1백40명이 사망했다.

○…터키 당국은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여진으로 건물 붕괴의 위험이 있으니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으며 날이 밝으면서 이스탄불의 주요 도로는 여진을 피해 도시를 떠나려는 시민들의 차량 행렬로 교통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스탄불의 한 시민은 영국 BBC 방송에 보낸 E메일에서 "현재 18층 사무실 안에 있는데 지진도 지진이지만 여진이 더욱 무섭다. 현재까지 30여회의 여진이 발생해 피해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고 전했다.

외신종합 = 이훈범.최준호.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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