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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여건 1위' 美 메인주…신중돈 특파원 탐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의 동북단 끝 메인주. 우리에겐 아카디아 국립 해상공원과 바닷가재의 주산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촌동네다.

미국내에서도 낙후된 두메산골 쯤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교육여건만큼은 미국 최고다.

워싱턴의 아동권리위원회는 최근 메인주를 미국 50개주 가운데 '자녀양육 우수환경' 1위로 꼽았다.

그렇다고 남달리 많은 교육예산을 쏟아붓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비결은 무엇일까. 13일 오전 11시 메인주 윈트롭 교육청 회의실. 주디 루커렐리 주 교육부 차관, 테리 데스프레스 윈트롭 교육구 교육감과 3명의 학부모 대표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 학부모가 따지듯 묻는다.

"올해 윈트롭의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몇명이죠?" "12.12명입니다. " 교육감의 대답에 학부모는 "언제까지 10명 규모로 낮출 계획이냐" 고 목소리를 높인다.

12명 정도면 다른 주에서는 가장 좋은 학군으로 자부할 만한 규모인 데도 성에 안찬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현재 미국 전체평균은 약 18명이다.

교육감은 새 천년이 시작된 후 2~3년내에 10명 미만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답변한다.

여러가지 교육여건 중에서 메인주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학급의 소규모화다.

교육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다.

메인주가 추구하는 것은 "집단교육 방식의 가르침 (teaching) 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장단점이 그대로 투영되는 개인교습 (tutoring)" 이라는 게 앵거스 킹 메인주 주지사의 설명이다.

다시 회의장으로 가 보자. 데스프레스 교육감이 "다음 학기부터는 숫자로 기록하는 성적표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보고했다.

한 학부모는 찬성의 뜻을 비췄지만 나머지 2명이 이견을 내놓았다.

"평가방식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최소한의 평가는 존속시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 논쟁이 10여분간 계속되자 루커렐리 차관이 진화 (鎭火) 를 위해 급히 끼어든다.

"좀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봅시다. 다른 교육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주정부 차원에서 보편적인 안을 마련하겠습니다. "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메인주 교육의 강점은 이처럼 교육의 주체로서 학부모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학교,가정이 삼위일체가 돼야만 교육발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메인주에만 있는 '아동내각' 이다.

95년 만들어진 아동내각은 주지사가 위원장, 아동.가정 관련 부서장, 학부모 등이 위원이 되는 일종의 청소년 자문기구다.

"정기적으로 회합을 가져 청소년 복지.건강.안전.교육 등의 문제에 대해 고칠 것은 고치고 새로 도입할 것도 결정한다" 고 엘로 라이트브린 교육자문관은 설명한다. 일탈하기 쉬운 학생들을 학교로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중 하나가 스쿨버스 운영체계다.

산과 숲이 많은 메인주 스쿨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곳은 없다.

주내 스쿨버스 대수는 모두 2천6백여대. 버스 1대가 10명 남짓한 학생들을 태우고 하루 1백50㎞ 정도를 운행한다.

학생 1인당 하루 1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상당부분을 주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급식메뉴 개발도 학생 끌어들이기 전략 중 하나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피자.타코 등의 음식을 준비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베이컨.시리얼 등으로 아침식사까지 제공한다.

1년에 서너차례 각급학교 영양사들을 소집, 세미나를 열어 학생들을 유혹 (?

) 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다른 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루커렐리 차관은 자랑한다.

99년 메인주 교육부문 예산은 13억5천만달러. 학생 1인당 예산 전국평균치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방만하게 집행하지 않고, 꼭 쓸 곳에 과감하게 배정함으로써 예산의 투입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속속 알찬 열매를 맺고 있다.

'전국교육결과평가 (NAPE)' 가 8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독서능력시험에서 지난해 전국 1위를 차지했고, 과학.수학테스트에서도 수년간 줄곧 수위를 지키고 있다.

'에듀케이션 위크' 지가 최근 선정한 '교육환경의 질' 순위에서도 1위의 영예를 안았다.

메인주가 유별나게 교육에 전력투구하는 이유에 대해 듀크 알바니스 메인주 교육부장관은 "경제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라고 설명한다.

오거스타.윈트롭 (메인주) =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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