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8) 몇곳 안남은 영등포 재래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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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여의도에서 인천을 가는 방향으로 틀면 만날 수 있는 영등포시장. 60년대의 시골 장터를 빼닮았다.

우선 시장 중앙 통에 끝이 안보일 만큼 길게 펼쳐진 5백여 개의 노점상이 그렇고 천막으로 뒤덮인 시장의 모습이 더욱 그렇다.

새벽부터 콩나물 좌판을 벌인 할머니는 밀려 오는 잠을 못 이겨 한 켠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막걸리 한사발에 1천원, 청양고추 한 근에 1천원, 고등어 자반 한 손에 2천원, 강낭콩 한 공기에 2천원…. 시골장터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온갖 물건들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다.

유행에 뒤쳐진 아동의류에서 빨간내의, 모기장 등 진귀한 물건 (?) 들 까지 매우 다양하다. 한편 구석에서는 모란시장에나 가야 겨우 살 수 있는 개고기도 보인다. 이곳이 서울의 한복판이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다.

시장을 끼고 늘어서 있는 '칠성 고무신' '서울 참기름 집' 등 4백여 개의 점포도 시계바늘이 60년대 재래시장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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