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자녀지도] TV·컴퓨터 날잡아 실컷 즐기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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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하루종일 TV 앞에서 리모컨을 들고 이리저리 채널을 바꿔가며 뒹구는 아이. 밤새도록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가 이튿날 해가 중천에 떠도 일어날 줄 모르는 아이. 방학이 보름 가까이 지나면서 각 가정마다 TV나 컴퓨터에 빠져 있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 여간 아니다.

한국심리교육연구소 이세룡 (53) 소장은 "무조건 아이들을 윽박질러 TV나 컴퓨터를 빼앗는 건 옳지 않다" 며 "아이들을 이해하는 자세로 대화를 통해 풀어 갈 것" 을 주문한다.

아이가 오락프로나 게임에 빠져 있다고 해도 단정적으로 '바보상자' 나 '오락기' 에 미쳐있어 한심하다는 듯한 극단적 표현은 삼가야 한다.

실제 TV.컴퓨터도 '정보의 보고' 로 불릴 만큼 유익한 면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 따라서 극단적 표현은 자칫 '시대에 뒤떨어진 부모가 무식한 소리만 한다' 며 아이들의 반감만 일으킬 수 있다. 대신 '그 게임 너무 재미있어 공부할 생각이 안 나기도 하겠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TV 시청은 우선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다. 자기가 꼭 보고싶은 프로그램을 고르게 한 후 함께 시청시간표를 짠다. 부모가 너무 나서서 교육적인 프로만 고집하지 말고 오락.드라마물도 받아들인다.

가족이 모두 볼 수 시사물도 포함시켜 아빠와 함께 토론하며 보는 것도 괜찮은 표 편성. 방송프로그램은 주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시청표도 하루가 아닌 주 단위로 정하는게 요령이다.

최대한 온 가족이 함께 짠 TV시청표에 맞춰 생활한다. 컴퓨터 오락에 매달리는 아이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 완전히 빠질 수 있게 날을 정해 주는게 바람직하다.

'빠질 땐 빠지게 놔두더라도 다른 날엔 이용을 막는 것' 이 현명한 지침. 원광아동상담센타 유미숙 (43) 소장은 "컴퓨터 오락은 한두 시간으로는 아이의 만족은 물론 다른 교육효과도 얻기 어렵다" 며 "컴퓨터를 떠나 책상에 앉아도 머릿속은 한동안 컴퓨터 화면으로 가득 찬 상태" 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너무 오랜 시간 몰두하지 않도록 매시간 10분 정도 쉬도록 지도해주라는 것. 틈틈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주는 등 컴퓨터를 유용하게 쓸 수 있게 흥미를 유발시켜 주는 것도 필요하다. TV시청표나 방학 스케줄을 컴퓨터로 정리하게 하고 완성되면 아낌없이 칭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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