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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 '에누리'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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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여름 비수기를 지나며 주택업체들이 분양물량을 늘리면서 앞서 분양된 단지보다 아파트분양가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가라앉은 분양률을 낮은 가격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분양가 인하가 두드러진다.

월드건설은 25일 모델하우스 문을 여는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광명월드메르디앙 분양가를 평당 897만~947만원으로 책정했다. 24평형 2억1500만원, 32평형 3억300만원으로 1년 반 전인 지난해 3월 같은 동에 나온 H아파트보다 1200만~1500만원 싸다.

월드건설 조영호 이사는 "실수요자도 잘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분양시장이 침체됐다"며 "원가연동제 예정 등으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매우 민감한 때여서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인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리에 분양 계획을 잡고 있는 경남기업은 지난달과 이달 초 각각 분양된 H.D아파트의 평당 800만원대보다 평당 100만원 가까이 낮추기로 했다. 서울에서 가까워 관심을 끈 단지들이었지만 D아파트는 60% 이상 미분양될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냉담했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입지여건이 괜찮다고 분양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격 조정으로 수요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분양 몸살을 앓는 부산지역에서 동래구 명륜동 쌍용스윗닷홈명륜동을 24일부터 분양한 쌍용건설도 지난해 11월 인근 S아파트보다 분양가를 평당 50만원 정도 싸게 내놓았다. 32평형이 평당 680만~700만원으로 S아파트 32평형(평당 750만원선)보다 1500만원가량 낮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300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여서 낮은 가격으로 수요자를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도 이전 호재 등으로 청약 분위기가 그나마 괜찮은 충청권도 분양가 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다음달 초 대전시 동구 가오지구에 분양 예정인 풍림산업은 이달 초 나온 같은 택지지구 I아파트 분양가보다 평당 10만원 이내에서 낮출 계획이다.

대전지역 분양시장 분위기가 수도권보다는 낫지만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게 분양업체 측 설명이다.

다음달 6일부터 청약접수 예정인 인천 4차 동시분양에 나오는 서구 석남동 새인천아파트 재건축단지 24평형은 1년 전인 지난해 9월 같은 동에서 분양된 W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가를 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수요자도 웬만한 분양 메리트에는 움직이지 않아 분양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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