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비달 著 '대통령 링컨'…'인간 링컨'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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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에이브러햄 링컨 (1809~1865) .그는 우리에게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흑인을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킨 따뜻한 털보아저씨 혹은 지금도 5달러 지폐속에 남아있는 미국 대통령, 그리고 위인 전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등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게 그의 전부일까.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역사소설가로 평가받는 고어 비달이 쓴 '대통령 링컨' 1~3 (남신우 옮김.문학과지성사.1권 9천원 2~3권 각 8천원) 은 링컨의 인간적 실체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복원하고 있다.

특히 19세기 미국 역사에 해박함은 물론 당시 인물들의 밑바탕을 집요하게 분석해 온 비달은 링컨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누구보다 난해하고 신비하고 수수께끼 같은 성격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소설속에는 알려진 대로 따뜻하고 선구적인 링컨의 면모와 함께 치밀하고 개성적이면서 자기 중심적인 정치가의 면모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통령 당선 후 정치적 곤경을 헤쳐나가는 수완은 일부에서 왜 그를 술수에 능한 정치꾼이라고 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거기다 그가 주창한 노예해방이 정작 흑인에 대한 순수한 사랑에서 나왔다기보다는 미국이 지향하는 산업자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점을 비달은 제기한다.

그가 묘사한 링컨의 노예정책론은 노예의 자유가 연방의 존립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연방의 존립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노예란 것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링컨이 미 합중국의 대통령으로 워싱턴에 입성하면서부터 광신자의 총에 암살당하기까지의 5년간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남북전쟁사' 라 이름 붙여도 좋을 만큼 모든 사건이나 인물들이 사실에 정확하고 충실하다.

단적인 예로 작가는 링컨의 연설 중 가장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을 옮기는 데 있어서도 훗날 사람들이 마음대로 개작한 연설문을 쓰지 않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보스턴 '데일리 애드버타이저' 의 찰스 헤일 기자가 받아썼던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

또 남북전쟁당시 연방군 총사령관으로 활동했던 율리시즈 그랜트, 남부연맹군 총사령관을 맡았던 로버트 리, 링컨 내각의 국무장관이자 링컨의 정적이기도 했던 윌리엄 시워드 등 실제 인물들이 생생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비달의 문장진행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압축된 해학적 효과와 현학적인 언어들을 곳곳에 배치한 짤막 짤막한 문장구성이 소설읽기의 속도감을 더해준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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