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이전 확정…평택주민들 거센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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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대책기획단이 미군기지 이전 지역으로 최종 확정된 평택시 서탄면 지역 주민 100여명을 상대로 24일 오후 3시 서탄면 면사무소에서 처음 개최한 '주한미군 이전 관련 주민 설명회'는 주민들의 정부 성토장이 돼버렸다.

주민들에게 토지 매수와 보상, 이주 대책 등 지원사항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취지의 설명회였지만 "한평생 농사만 지어온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으면 어쩌란 말이냐""정책을 확정해 놓고 무슨 설명회냐"며 곳곳에서 주민 원성이 터져나와 '제2의 부안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였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책단이 설명회를 시작하려 하자 화가 난 주민들은 의자를 집어던지며 퇴장해 설명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몇몇 주민대표와 기획단 직원 사이에서는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홍성동(39)주민대책위원장은 "미군 비행기 소음에 귀가 먹고 소가 죽어나가도 참았는데 이렇게 주민을 무시하는 설명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 때문에 한 시간여 중단되던 설명회는 "수십년 동안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온 주민들에게 인권 침해와 환경.경제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조용택 기획단장의 약속 아래 속개됐다.

기획단은 25일에도 K6(캠프험프리)기지 지역인 팽성읍에서 2차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평택=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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