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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SW 단속 내용 경찰, 제작사에 알려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 D경찰서는 관내PC방과 기업 등을 상대로 불법 복제 프로그램에 대한 단속에 나서 위반사항을 적발할 때마다 그 내역과 업주의 인적사항 등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측에 팩스로 통보해 준다.

'마이크로소프트 (MS) 사' 와 '한글과 컴퓨터사' 등 30여개 국내외 소프트웨어회사들의 모임인 이 협회는 경찰로부터 받은 단속자료를 토대로 고소장을 작성해 수사기관에 고소한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위반 업체에 대한 단속을 벌이면서 수사 자료를 해당 기업이나 고소 대리인 등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드러나 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한달 동안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위반 사범에 대한 일제단속을 벌여 전국에서 1천6백79명을 적발한 이후 경찰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

단속후 경찰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이 협회 소속 고문변호사에게 적발된 업체를 고소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팩스나 우편으로 보내준다.

경찰이 단속 내용을 통보해주는 것은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이기 때문이다.

이 협회의 지적재산권위원회 관계자는 "법을 위반한 PC방 등에 대한 고소는 경찰이 보내온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면서 "수사기관은 실적을 올리고 협회측은 고소장을 내는 상부상조의 측면이 없지 않다" 고 밝혔다.

이 협회의 고문변호사인 원희룡 (元喜龍) 씨는 "순서만 바뀐 것뿐이지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단속 대상 업체들은 "미리 수사를 벌인 단속기관이 나중에 고소를 의뢰하고 있다" 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선 업체들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수사기관이 민간기업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보를 받은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이를 미끼로 정품 구매를 강요하기도 한다" 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PC 게임방 업주들의 모임인 인터넷멀티문화협회의 조영호 (趙永浩) 고문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조사한 자료를 이해관계자라고 해서 넘겨주는 것은 명백한 불법" 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친고죄 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지만 현재로선 단속 사실을 통보해주는 것이 불가피하다" 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세계적 추세와 국내법 사이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며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선 법을 정비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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