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장외투쟁만 고집하지 않을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30일 민본21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운찬 국무총리 인준 등을 두고 격돌했던 여와 야가 모처럼 통(通)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여당인 한나라당의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공동간사 권영진·황영철 의원)이 주최하는 조찬간담회 초청에 응하면서다.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가 주제였다. 18대 국회 들어 여당 의원 모임에 야당 지도부가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민본21은 한나라당 내에서 개혁의 목소리를 내온 그룹이다. 그래서인지 이 원내대표는 대면부터 말길이 쉽게 트였다. 서로를 ‘독재정권’(한나라당)이나 ‘잃어버린 10년’(민주당) 식으로 비난하지 말고 존재를 인정하자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

▶권택기 의원=“민주당이 한나라당을 ‘독재정권 아류’ ‘비도덕적 집단’이라 매도할 때마다 초선 의원으로서 자괴감을 느꼈다.”

▶이 원내대표=“민주당 정권을 두고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난할 때 역시 괴롭다. 잃어버린 10년은 야당 존재를 부정하는 거다.”

▶정태근 의원=“우리는 그간 ‘잃어버린 10년’이란 표현을 쓰지 말자고 해왔다.”

▶이 원내대표=“민본이 당내 민주주의와 쇄신을 위해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낸 것을 잘 알고 있다. 회원들을 만나 보니 한나라당의 인적 구성에 놀라운 변화가 있다. 민주당도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이 원내대표는 민본21이 추진 중인 폭력 국회 근절을 위한 국회법 개정에 대해서도 “이번 정기국회는 어렵겠지만 내년 첫 국회 때 개정 논의를 하자”고 말했다. 이어 김선동 의원이 “초선 의원으로 많은 포부를 갖고 국회에 진입했는데 지난해 원 구성 협상만 수개월이 걸려 가슴이 답답했다”고 하자 이 원내대표는 “당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피할 수 없었지만 국회 문을 열지 않고 투쟁하다 보니 나가기는 쉬운데 돌아오는 길은 험난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않겠다고 약속하고 한나라당도 밀어붙이기를 않겠다면 민주당도 발목잡기를 안 하고 모든 현안을 상임위 중심으로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도 조만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초청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