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산책] 흐드러진 꽃처럼 농익은 붓질이여…원로 3인 근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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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화가에게 세월은 거꾸로 흐르는 것일까. 전시회 제목을 빌려 말하면 '나이는 마음에 있다'일까. 한국 화단에서 원로로 꼽히는 이대원.박돈.송수남 세 작가의 근작전은 활짝 흐드러진 꽃처럼 찬란하게 타오른다. 젊은 시절의 풋풋함과 울렁거림은 이제 난만하여 거침이 없다.

*** 송수남-화폭 그들먹하게 '꽃사태' 났네

▶ "세상이 다 꽃이다"

남천 송수남(67)씨는 후딱 왔다간 봄이 아쉬운 듯 꽃을 푸지게 그렸다. 17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꽃은 마음에 있다'는 화폭을 그들먹하게 채운 꽃이 사태가 났다. 모란.참나리.튤립.야생화 등 세상 꽃이 여기 다 모였다. 수묵화에 푹 빠져있던 1980년대 중반 틈틈이 그렸던 것이라니 흑백으로 만물을 다스리는 지루함을 이겨낸 힘이 색에 있었던 모양이다. 02-732-3558.

*** 박돈-누런 빛의 우리 땅 냄새 물씬

▶ "누나와 함께"

박돈(77)씨는 우리 땅 냄새가 물씬한 향토색 작품을 여일하게 보여준다. 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 내놓는 '해 돋는 천지' '운해의 일출' '아침' '백마 소녀'는 누런 흙빛 화면만으로 이미 정겹다. 말달리며 피리 부는 소년, 항아리를 안고 꽃을 머리에 인 소녀는 고향 마을로 가는 이정표와 같다.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누이는 더 고와졌다. 02-549-3112.

*** 이대원-무수한 점으로 바느질한 풍경

▶ "농원"

이대원(84)씨는 한국판 점묘파 화가다. 무수한 색점으로 풍경을 바느질한다. 햇살 반짝이는 농원의 사계를 화가는 오로지 물감 찍은 붓질 몇 번으로 창조한다. 18일부터 6월 5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선보일 작품은 더 농익은 색면의 반짝임이 천진하다. 자연이 그의 그림에서 어리광을 피고 있는 것 같다. 02-734-6111.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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