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수 신창원 검거되던 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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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6일 오후 5시15분쯤 전남 순천시 연향동 금당지구 대주파크빌아파트.

소총과 권총 등으로 완전무장한 40여명의 순천경찰서 소속 경찰이 부산교도소 탈옥수 신창원 (申昌源.31) 이 은신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104동 205호 주변을 개미새끼 한마리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에워싸고 있었다.

경찰 유인조가 현관에서 "경찰이다" 며 문을 열도록 했으나 申은 문을 열지 않았다.

이때 특수무술로 다져진 이만근 경사.정종인 경장 등 경찰 3명이 뒷 베란다를 통해 들어가 권총을 머리에 겨누며 수갑을 채워 申을 체포했다.

신출귀몰하는 변장술과 도피술로 한편의 영화처럼 탈옥과 2년6개월간의 도피생활을 해오던 신창원의 탈옥생활이 냉철한 한 시민의 신고로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경찰이 申과 비슷하다는 가스레인지 점검기사 金영근 (29) 씨의 제보를 받은 시각은 오후 3시46분. 서울경찰청 112 지령실의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金씨는 "오전에 출장을 갔던 아파트 안에 申과 키가 비슷한 1m75㎝ 정도 되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사람이 있었다" 고 차분하게 목격했던 내용을 설명했다.

거기에는 20대로 보이는 여자도 있었으나 결혼사진도 없고 운동기구도 많아 申이 틀림없다는 것이었다.

신고를 받은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 (113 간첩신고센터와 통합 운영) 최은 순경의 5분간에 걸친 침착한 신고접수도 큰 몫을 했다.

서울경찰청은 즉각 전남지방경찰청에 연락을 했고 순천경찰서 정병율 총경 등 경찰관과 전경 등 모두 46명이 현장에 출동, 검거작업에 들어갔다.

출동한 경찰관은 아파트 주변을 봉쇄하는 한편 6명은 아파트 정문에, 3명은 2층 뒷 베란다를 통해 방안으로 들어가 덮치기로 계획을 세웠다.

정문조가 아파트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10여분간의 침묵이 흘렀다.

동시에 베란다조는 열려있는 창문을 열고 방안으로 쇄도했다.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申은 제압됐고 전신은 포승으로 꽁꽁 묶였다.

신고에서부터 검거까지 숨막히는 89분간의 작전이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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