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이 정치하는 체제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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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동정부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에 자리잡고 있느냐는 국민회의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의 퇴진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표를 냈다가 재신임을 받은 지 6시간만에 집권당 총재대행이 퇴진당한 사태는 공동정권의 취약성이라는 문제를 뛰어넘어 국정의 혼란과 불안정으로 직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여권의 이번 혼란은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 보는 일이다.

자민련 소속인 총리가 다른 여당의 총재대행을 사실상 경질시키고, 이에 대해 국민회의측이 반발기류를 보이는 이런 사태는 공동정권이 과연 국정의 안정적 추진태세를 갖추고 있는지를 의심케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우선 두 여당간 공조의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집권 1년반이 가까운 시점까지 서로간의 갈등을 조정할 효율적인 운용시스템이 과연 있었는가, 있었다면 이런 분란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동여당은 지난 봄에도 공조 미흡으로 국민연금제 파동을 겪었다.

그러고도 이번에 다시 특검제를 둘러싼 이견이 확대돼 이런 사태까지 빚었으니 도대체 지금껏 두 여당간에는 공조의 기준이나 원칙이 서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여권의 이런 불안과 혼란은 곧 정치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국정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특검제에 대한 여권의 단일안이 유효한지, 국민회의측의 단일안에 대한 이견이 해소된 것인지부터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이같은 사태가 온 근본원인은 아무래도 국민회의가 집권당에 걸맞은 위상과 책임의식을 못가져 거의 모든 사안을 청와대의 지침에 의존해온 결과의 산물이라는 당내외의 시각은 음미돼야 할 것이다.

무력한 여당으로선 대야협상이나 설득을 할 수 없지 않은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집권당이 책임있게 대야협상도 하고 국정도 원만하게 이끌 수 있는 체제가 수립되고 또 권한도 가져야 한다.

'당우위' 라는 말이 구두선으로만 존재하는 한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쏠리는 불행한 현실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우리는 본다.

이번 기회에 집권측 내부의 역할 분담체제를 확실히 정립하고, 공동여당간의 공조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집권세력간의 갈등으로 정국이 불안해지고 정치가 예측불허로 흐르는 사태는 국정난맥의 요인이 되므로 집권측은 냉철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쇄신책을 세워야 한다.

金대통령의 정국구상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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