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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 생각한다면 [1] 떠나기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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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있는 한 초교 교실에서 유학 간 한국학생들이 현지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TCAC 제공]

영어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사용 빈도수가 높은 말이 되었다. 덩달아 유학도 사회현상이 되고 말았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학생 미국 유학비자 발급 건수가 4만6000여건에 달하고 가족 포함의 경우 5만3000여명이나 된다. 캐나다나 호주 등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어딜 가나 ‘영어’란 말은 이미 홍수가 되어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이 영어의 홍수 속에도 이상하리만치 영어학습의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데 있다.

유학에 있어서는 이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학생들의 전체 인생을 놓고 볼 때나 경제적인 부담을 생각할 때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유학에서 저절로 얻어지는 학습효과를 기대 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흔하고 쉽게 접하는 유학이라 해서 그 내용까지도 그렇지는 않다는 말이다. 유학은 전제와 조건이 필요한 프로젝트(project)다. 모두에게 동일한 목표를 부여하고 동일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개인의 목표와 성향에 따라 전제와 조건이 달라지는 것이다.

◆유학 떠나기의 전제= 최근 어느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유학선택의 목표가 ▶영어실력의 향상 ▶학교성적(특목고 등 입시대비 포함) ▶시류에의 편승 ▶대학입시 ▶취직 등이 그 근간을 이룬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들 이라면 그 사실 자체도 놀랍거니와 전제 자체가 맞지도 않다.

위와 같은 목표는 현지 교육 시스템이나 유학의 현실적 여건상 거의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깜짝 놀라 구체적 사례를 들어 반박 할지도 모른다. 물론 불가능하다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을 알면 유학자체를 재고 할 만큼 그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위의 내용들은 한국 내에서 실현하기가 더 용이할 수 있다.

일단 영어실력 향상이라 하면 그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다. 언어의 4대 영역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모두 구분하고 그 학습법이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희망인지도 불분명하다.

회화만 놓고 보면 가장 쉽게 성취를 보일 수 있다. 회화는 특별한 학습법 보다는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성적이 안 좋다고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듯이 성격에 따라 속도차이는 있어도 영어환경에 오래 노출될수록 실력도 비례해진다고 보면 된다.(같은 이유로 회화는 귀국 후 가장 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외국어 실력의 근간이 되는 읽고 쓰기는 결코 환경에 노출되었다 해서 저절로 향상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현지 학교는 외국인을 배려한 읽기, 쓰기 교육이 준비되어있지 않다.

따라서 시험위주의 영어공부가 주류로 자리 잡은 한국에서의 성적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기는 어렵다. 현지에서 수업을 듣기에 전혀 무리가 없던, 성취도 높았던 학생들도 한국으로 돌아와 유명 학원의 시험을 보면 점수가 기대 밖인 경우가 허다하다.

평가 기준도 자못 궁금하지만 그 정도라면 현지 원어민 학생도 좋은 점수는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요즘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고학년 장기 유학의 경우에도 불분명한 목표의식은 불분명한 학습태도를 낳고 결과도 그다지 소망스럽지 못할 때가 많다. 중·고등학교 고학년 유학생의 경우 대학 입학 후 정시 졸업률 20% 미만이라는 공식 통계가 나와 있다.

결국 유학은 필요한 사람들이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감안해서 선택해야 하며 그 얻음이 상실 분을 상쇠하고도 남는 가치가 있을 때 비로소 목표라는 전제가 완성된다고 보면 된다.

장찬우 기자
도움말= 장유 T.C.A.C 대표 yooj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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