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총리 '기업인 죄인취급 영국경제 망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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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국경제가 살아나려면 돈 버는 기업인을 존경하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하고 국민 모두가 벤처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지지부진한 영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처방이다.

여기에는 기업이든 정부든 예외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 블레어 총리는 최근 영국 벤처캐피털협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인들은 돈 많은 사람을 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발휘하는데 영국인들은 시기하고 부정축재자 정도로 그를 매도한다" 고 지적했다.

저성장.저효율의 영국경제는 도전정신 결핍에서 비롯됐다는 게 블레어 총리의 분석이라고 BBC방송은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가 '제2의 영국병' 에 대한 치유에 나선 셈이다.

그는 또 "영국 보수층 파워엘리트는 도전해서 돈을 버는 기업인들을 부하정도로 취급하고 있고 진보그룹 엘리트들까지 기업인들을 '반 사회적' 이라고 매도하는 상황에서 경제발전이 있을 수 있겠는가" 라며 영국사회의 그릇된 풍토를 꼬집었다.

블레어 총리는 앞으로 정부가 '벤처정신의 챔피언' 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행정도 사회 각 분야에 도전정신이 스며들도록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첫 조치로 그는 벤처기업육성은 물론 벤처정신을 발휘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히고 내년 예산에 이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기업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이른 시일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가 세계 최대 유통망을 가진 미국 월마트의 사장단과 최근 만나 월마트의 영국진출 문제를 협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내 유통업자들이 이와 관련,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자 그는 "국내에서 (유통업체간) 경쟁이 없다보니 생필품 물가는 미국에 비해 너무 비싼게 확실하며 이는 국민의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가 사과할 이유가 없다" 고 잘라 말했다.

개방할 것은 개방해 국내 업체와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한번 파산하면 3년동안 기업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파산법도 완화해 그 기간을 6개월로 줄였다.

스티븐 바이어스 무역장관은 "매년 2만여명의 기업인들이 도산으로 발이 묶여 있는데 이들의 도전정신을 북돋워 생기있는 경제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 법 완화 취지" 라고 밝혔다.

물론 악의적인 기업파산자에 대해서는 15년 동안 기업활동을 금지하는 규정이 유효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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