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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워 게임’ 시작 … 오바마 핵 외교 시험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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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란의 제2 우라늄 농축 시설이 밝혀져 핵 위협이 한층 불거진 가운데 이란이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워 게임(가상 전쟁 훈련)’을 시작했다. 미국과 서방은 탄도 미사일 발사 능력을 보유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지구촌 안보에 엄청난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핵 개발이 평화적인 목적이라며 강행할 방침이어서 충돌이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이란의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 소속 공군은 27일 톤다르-69와 파테-110, 제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알알람 TV가 보도했다. 사거리는 제잘이 200㎞, 파테-110이 193㎞, 톤다르-69가 150㎞에 이르는 것으로 서방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8일에는 사거리 2000㎞의 샤하브 3 지대지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것이라고 이란 국영 라디오가 전했다. 샤하브 3 미사일은 중동의 미 군사시설뿐 아니라 유럽 일부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다.

앞서 혁명수비대는 26일 “이란군의 억지력을 유지·개선하기 위해 27일부터 수일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미사일 워 게임을 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선임연구원은 “사정거리가 긴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란이 핵무기 제조 능력까지 보유하면 악몽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긴박했던 이란 제2 핵시설 정보전=이란은 그동안 나탄즈 한 곳에만 우라늄 농축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수년 전 미 정보당국에 새 핵 시설 건설이 포착됐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철통 경계를 선 게 단서가 됐다.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160㎞ 떨어진 쿰(Qum)이란 성지 주변의 군부대 안이었다. 이후 첩보위성과 첩보원을 가동한 미 정보당국은 지난 가을 이 시설이 핵 무기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심증을 굳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당선 직후 이를 보고받았다. 영국·프랑스·이스라엘 정부에도 관련 정보가 전달됐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과의 협상 때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올 봄 이란도 이 시설을 미국이 포착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란이 다음 달 ‘P5(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1(독일)’ 협상을 앞두고 21일 이 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자진 신고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미 정보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이란 굴복시킬 수 있을까=미국·영국·프랑스는 25일(현지시간) 새로운 핵 시설이 공개되자 즉각 이란을 비난했다. 오바마는 26일 “문제의 시설에 대한 국제적인 사찰을 수용하든가, 아니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제2의 핵 시설을 이란이 국제사회를 속인 증거로 규정하고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음 달 1일 ‘P5+1’의 핵 협상을 앞두고 이란을 궁지에 몰아넣자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란도 만만치 않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시설은 가동 6개월 전에만 IAEA에 신고하면 된다”며 “우리는 국제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반대도 변수다. 최근 중국 국영기업은 이란에 정유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란 수입정유의 3분의 1이 중국산이다. 명백한 핵무기 관련시설이란 증거가 없는 한 이란 제재에 중국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게 됐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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